요즘 대학가에 '이미지 마케팅'이 한창이다. 올해부터 대학 입학정원이 수능 응시생을 초과하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학들은 학생유치를 위한 홍보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보작전에 나선 대학들은 최근들어 월계수, 방패, 서적 등 천편일률적이던 학교의 로고, 엠블렘부터 튀는 문양으로 통일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기업들이 CI(Corporate Identity)작업으로 새 출발을 선언하듯 대학들도 UI(University Identity) 작업으로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적자생존에서 살아 남자"
개교 84주년인 지난 달 11일 새 UI선포식을 가진 중앙대 재학생들은 만날 때마다 새 UI를 화제로 떠올린다. 서울 캠퍼스 중앙문화예술관 꼭대기에 설치된 가로 10m, 세로9m의 파란 'CAU' 워드마크는 원효대교나 동작대교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큰 데다 조명장치까지 돼 있어 이 지역의 새 명물로 등장했다. 이 마크는 스쿨버스를 비롯 단과대별에도 새롭게 부착됐고 각종 현수막과 배너 등에도 산뜻한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중앙대측은 18개월 전부터 교수, 학생, 동창회원등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 미래지향적, 역동적, 첨단지향적 이미지를 갖춘 이 마크를 채택했는데 학교 홈페이지에는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부쩍 늘었다"는 의견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윤제환(尹濟奐) 중앙대 홍보과장은 "전통적인 학교 대표색상을 녹색에서 청색으로 바꾸는 등 새 UI작업에 1억여원을 투자했지만, 교직원이나 학생들이 모두 흡족해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UI작업은 1996년 고려대가 처음 시작했다. 코래드에 의뢰, 현대적인 감각으로 UI를 바꾼 고려대는 용맹하지만 권위적이라는 평을 받던 호랑이를 친근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바꿨다. 당시 새 UI에 대해 찬반 논란도 없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대학도 체계적인 홍보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광운대는 2000년 집중 육성 학과인 전자공학 부분을 강조한 새 엠블렘을 발표했다.
국민대는 2001년 새 UI를 개발했고, 서울시립대도 뫼비우스의 띠를 형상화한 새 UI를 발표해 고리타분한 대학 로고를 혁신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숙명여대도 지난 5월 기존 학교 상징인 눈결정체를 현대적 스타일로 바꾼 새 엠블렘 작업을 끝냈다. 이밖에도 수도권대학을 중심으로 10여개 대학이 UI작업을 진행중이다.
■"홍보차원을 넘어 부대사업으로"
UI붐이 본격화하면서 일부 대학들은 단순한 홍보차원을 넘어 수익사업에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11일 새 UI 선포식을 가진 삼육대를 비롯 한국외대, 숭실대, 성신여대, 성공회대, 성결대 등UI작업을 추진중인 후발대학들은 새로운 UI를 수익사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심혈을 쏟고있다.
아주대, 한국과학기술대 등 4∼5개 대학의 엠블렘을 디자인한 (주)디자인파크 김현(金炫) 사장은 "과거 UI가 교수나 교직원, 졸업생 등 보수적인 집단에 눈높이를 맞췄다면 이제는 젊은 재학생이나 예비 대학생으로 옮겨지고 있다"라며 "또한 학생유치라는 1차목적뿐 아니라 캐릭터상품 판매등 부대사업을 벌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다각화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사장은 "미국의 하버드대학이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등 명문대학들은 동창은 물론 학교를 찾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매년 수백억원대의 캐릭터 상품을 팔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비하면 국내 대학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UI개발 비용을 투자하고도, 캐릭터 산업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고 분석했다.
한 대학 홍보관계자는 "대학 구성원의 일치감을 높이고, 대학의 독창적인 면을 얼마나 부각시키느냐 UI의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재학생과 동문뿐 아니라 학교를 찾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캐릭터상품을 판매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고 전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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