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선호하는 음식이 다른 것처럼 음악도 계절을 탄다. 실내악이 화사한 봄날에 어울린다면 재즈는 늦가을에 제 맛이다. 올해 가을의 재즈식탁은 풍성하다. 해외 연주가들의 잇다른 내한공연으로 국내 재즈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더군다나 연주가들마다 개성이 강해 '재즈 뷔페'라고 할 만큼 다양한 음악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11일 오후8시 하얏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브레커 브라더스의 공연은 금관악기 중심의 힘있는 퓨전재즈가 특징이다. 그래미상 8회 수상경력의 테너 색소폰 연주자 마이클 브레커(53)와 형이자 트럼펫 연주자인 렌디 브레커가 75년에 결성한 이 밴드는 이번 공연에서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이 포함된 5인조 편성으로 연주한다. 약간 거친 재즈 특유의 트럼펫 소리와 테너 색소폰의 앙상블을 주목할 것. (02)762―7304
대가는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자신이 하고 싶은 곡을 연주한다. 14일 오후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재즈 기타리스트 조지 벤슨(60)은 연주곡목을 정해놓지 않았다. 99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내한하는 벤슨은 소울, 재즈, 팝 등 서로 다른 장르에서 음악과 상업성 모두를 잡은 몇 안되는 아티스트다. 그는 "기타로 연주하기보다는 말을 하는 듯 치고 싶다"는 말처럼 기타와 스캣창법(가사 대신 "다다다" 처럼 뜻없는 소리로 노래하는 창법) 모두 능숙하게 구사한다. 기타와 보컬 두 부분에서 그래미상을 수상했듯이 기타와 함께 부르는 스캣이 트레이드 마크다. (02)599―5743
색다른 재즈를 들어보고 싶다면 15일 오후8시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칼라 블레이 트리오의 연주가 있다. 재즈 피아니스트 칼라 블레이(65)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이지만 유럽에서 활동을 많이 했다. 초창기에는 대편성의 재즈 오케스트라 위주로 프리 재즈와 클래식이 혼합되어 미국의 주류재즈와는 다른 음악을 추구했다. 자유로운 실험정신을 가지고 작곡가와 음반기획자로도 유능한 모습을 보인 연주가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개인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베이스와 색소폰 트리오 편성의 악단을 구성해 연주한다. (02)2005―0114
재즈가 어려운 사람들은 17일 오후6시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는 재즈 보컬리스트 로라 피지(47)의 공연을 추천한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 삽입된 'Let There Be love'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곡들을 들을 수 있다. 99년과 작년에 이은 세 번째 내한공연은 작년 12월에 발매된 앨범 'CHANGE'의 곡들과 피지의 지난 곡들을 모아서 구성된다. (02)720―6633
23일 오후6시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존 애버크롬비 트리오의 존 애버크롬비(59)는 뛰어난 음악성에 비해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했다. 뛰어난 즉흥연주 실력을 가지고 비밥과 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해낸다. 조지 벤슨의 연주가 감각적이라면 애버크롬비는 이지적이면서 진보적이다. 이번 공연은 트리오 구성으로 드럼과 특이하게 오르간이 포함됐다. 24일 오후2시에는 재즈 기타 연주자를 대상으로 워크숍도 연다. (02)2005―1425
/홍석우기자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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