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정치광고의 역할이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5·10 총선 때 신문 정치광고가 등장했고, 92년의 14대 대통령선거에서 TV 정치광고가 실시되면서 정치광고는 '미디어 정치'의 총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치광고는 유권자에게 여러가지 유익한 기능을 한다. 유권자에게 각 후보의 정책을 보다 확연히 구별하도록 도와주고, 선거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유발한다.뿐만 아니라 투표율 향상에도 기여하는 등 시민의 정치 참여도를 높이고, 정치사회화에 기여한다. 대규모 집회나 거리유세와 같은 종래의 동원방식과는 달리 직접 안방에 배달되므로 유권자와 연고가 없는 후보의 메시지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게 해주어 연고주의에 의한 '선택적 노출'을 극복하게 해준다.
단점도 없지 않다. 우선 비용 증가는 고비용 저효율 정치를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제안된 정치광고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또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 퍼뜨리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공격광고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80년대 이후 이러한 공격광고가 급속히 늘어나 최근에는 아예 공격전으로 점철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15대 대선에서는 공격광고가 양적으로 늘어나고 강도도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윤리적 측면만 아니라,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냉소를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정치광고를 유권자에게 유용한 정치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만들어 나갈 수는 없을까? 우선 정치광고의 고비용화를 막는 일은 선거공영제의 운영의 묘를 살리는 일이다. 얼마 전에 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의 요지는 미디어선거에 드는 비용의 대부분을 국가가 보전하는 완전 공영제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광고 방영에 드는 비용을 줄이지 않고 국가부담만 늘인다면 이는 곧바로 국민의 세부담 증가로 직결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즉, 정치광고를 공익광고로 간주하여 공영방송에서는 무료로 방영한다면 광고비용을 줄일 수 있어 국민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광고를 이용해서 근거없는 비방이나 흑색선전을 하는 일을 막는 일이 중요하다. 공격광고를 규제하는 법적, 제도적 규제는 현실적이지 못하고, 자칫 선거관리의 공정성이나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 언론이 광고내용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감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또 유권자 개개인 그리고 유권자 단체나 시민단체가 연대하여 모니터 활동을 강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즉 인터넷 등 대안 매체를 활용하여 비방·허위 광고의 부당성에 대해 알리고 광고주나 방송국에 불평을 제기한다면, 그것을 만든 광고주나 제작자에게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부당한 공격광고나 허위광고가 역효과임을 투표로 나타내는 일이야말로 유권자가 표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압력이 될 것이다.
김 무 곤 동국대 교수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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