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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차기정권, 방송정책 새 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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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차기정권, 방송정책 새 틀을

입력
2002.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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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국민의 정신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회적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국가 경제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기간 산업이기도 하다. 날로 증가하는 방송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방송정책의 중요성 역시 크다. 따라서 차기 정권은 방송의 공정성, 다양성, 투명성, 전문성을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방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방송은 모든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공동의 장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고려하면서 정책을 수립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당면한 방송정책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방송통신 규제기관을 일원화하고, 전문성, 독립성,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 지금의 방송위원회는 전문성이나 독립성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신뢰와 권위가 여지없이 깨져 방송정책의 수립과 집행에서 큰 차질을 빚었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공영방송, 방송규제기관의 인사에서도 최대한의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여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 방송사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방송위원회 위원은 30명 가량으로 대폭 늘려 조합주의 식으로 운영함으로써 밀실, 폐쇄적 운영을 차단해야 한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학연과 지연을 떠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공영방송사나 관련 기구의 주요 보직은 특정 지역, 특정 학교 출신이 일정한 비율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 규정도 대안으로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방송의 다양성을 획기적으로 증대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의 방송정책은 방송사에게 무엇 무엇을 하지 말라는 부정적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공익을 위해 뭔가를 하도록 하는 긍정적 규제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영·사영 할 것 없이 방송 프로그램 중복이 심각하다. 주요 시청 시간대에 불륜, 폭력, 사치를 조장하는 프로그램이 채널마다 가득해서 가족끼리 함께 텔레비전을 보기가 민망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국내외 현실과 미래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변변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이 국제 경제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데도 방송3사 어디에도 국제 경제에 대한 정규 프로그램 하나 없다. 대신 한 주에 30개 이상의 드라마를 편성하여 시청자에게 드라마 중독을 강요하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는 방송정책을 통해 걸러져야 한다.

신문과 방송의 겸업 금지, 재벌과 외국자본의 방송사 지분소유 금지 또한 지켜야 할 원칙이다. 방송법과 정간법은 재벌, 신문재벌, 외국자본이 지상파방송에 진출하지 못하게 함으로서 경제권력, 언론권력, 외세가 국민의 매체라 할 수 있는 지상파방송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일부 신문재벌과 외국자본이 KBS 2TV와 MBC를 사유화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재산인 방송을 파는 것이며, 무모한 시청률 경쟁으로 멍들어 있는 방송문화를 더욱 황폐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다시 사영방송을 허용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득이 될 것이 없다.

방송의 디지털화 정책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이유는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최소 50조원이 소요되는 국가적 대사이기 때문이다. 1997년 디지털 지상파방송이 막 걸음마를 하고 있던 때 충분한 조사와 의견 수렴을 하지 않은 채 결정된 미국식 전송방식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식과 유럽식을 철저히 비교하고, 어떤 것이 국민에게 가장 적은 부담을 줄 것인지를 심사숙고하여 전송방식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방송의 이념적 기반이 공정성과 다양성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면 차기정권에서는 산업, 구조, 관행 등에서 과감하고 획기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또 특정 지역이나 특정 학교 출신 인물들이 방송사와 방송관련 기관을 좌지우지하는 반공익적, 반사회적 인사정책은 반드시 종식되어야 한다.

김 승 수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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