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지지는 사양하지 않지만, 이를 위한 협상은 없다."한나라당은 최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의 관계를 이렇게 정리했다. 김 총재가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에 대한 조건 없는 지지를 선언하는 것 외에 당 대 당 통합 등 다른 방식의 연대는 일절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같은 입장 정리는 정치 협상을 통한 김 총재와의 공식 연대가 1997년 DJP 연대와는 달리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에 기인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 후보와 김 총재의 제휴를 가정해 자체 지지도 조사를 해 보면 언제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며 "김 총재의 기반인 충청권에서조차 양자 연대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김 총재가 백기 투항이나 다름없는 이런 조건의 연대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충청권의 민심 장악에 자민련 변수는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 한나라당의 충청권 대책은 자민련 의원 개별 영입 쪽으로 굳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이 지난달 14일 이완구(李完九) 의원 입당 이후 한동안 자민련에 손을 뻗치지 않은 것은 "멀쩡한 당을 깨뜨린다"는 비판을 우려한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 한 당직자는 "주초에 O,S,L 등 자민련 의원 몇 명이 입당할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중부권 신당 창당 움직임이 빨라지는 등 영입 재개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공세적 영입을 통해 이 후보의 지지도 넓히고, 반창(反昌) 세력의 결집도 막겠다는 것이다.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8일 의원 영입에 반대하는 당내 '미래연대' 소속 의원들과 만나 "자발적 입당을 희망하는 현역 의원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설득한 것도 이를 위한 자리 깔기라고 할 수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