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공시제도가 세계 두 번째로 국내에서 시행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대응이 관심을 끌고 있다.경험적으로 애널리스트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대부분의 초보 애널리스트는 리포터(reporter)형에 속한다. 상장사가 불러주는 숫자를 그대로 받아쓰는 것은 물론, 기획팀에서 그려 놓은 꿈같은 미래상까지 가감 없이 베끼는 경우도 있다.
이 정도라면 리포터를 넘어서 그 회사의 '홍보맨'에 가깝다. 자신의 목소리는 없으면서 정보전달 속도에 자부심을 갖는 앵무새형이다. 문제는 유명한 미국의 여성 애널리스트의 말처럼 "상장사 임원이 입술을 움직이면 거짓말이 시작된다"는 현실이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 다음 부류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 분석기법으로 기업에서 제시하는 숫자 속에 숨겨진 거짓과 진실을 밝혀내고 그 것을 시장에 비추어 투자가치의 의미를 전달해주는 글자 그대로의 애널리스트들이다.
흔히 주식투자를 정보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크게 보면 정보보다는 그 정보를 분석하는 기술의 차이가 결정적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똑같은 뉴스 뒤에서도 파는 쪽과 사는 쪽의 주식수는 항상 같게 마련이다.
가장 이상적인 애널리스트는 컨설턴트(consultant)형이다. 산업·기업과 주가의 전후좌우를 훤히 꿰뚫고 있어 기업의 현재에 관한 '눈가리고 아웅식'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상장기업들이 경영에 관한 자문을 요청할 정도로 미래에 대한 통찰력도 갖추고 있다.
과거 기출 문제를 100% 이해하고 있다면 어떤 시험이든 60% 이상은 맞출 수 있다. 기업이든 경제든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알고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눈 앞의 정보에 크게 현혹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정공시제도의 시행으로 분석능력과 경험을 내세우는 쪽이 정보 타령을 하는 애널리스트들보다 우위에 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래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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