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기자들이 의원들의 머릿수를 세고 있습니다."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결정족수(137명) 미달로 인한 정회를 알리며 김태식(金台植) 부의장이 자조하듯 던진 말이다. 전날 의결정족수 미달에 대한 여론의 거센 질타도 모자랐는지 이날 정회 이전 30여분 동안 본회의장 안에는 80명 안팎의 의원들만이 자리를 지켰다. 이 때 통과된 법률안만 줄잡아 20여건이나 된다.이들 법률에 대한 무효화 논란이 거세지자 국회는 '관례'상 본회의장 주변의 복도, 화장실 등에 있는 의원도 출석으로 간주하는 만큼 법안의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의원들도 "본회의장 바깥 문 안이면 된다" "본회의장 앞 로비도 포함된다" 등의 주장을 늘어놓았다.
국회법은 안건의결에 대해 '회의장에 없는 의원은 표결에 참가할 수 없다'(111조), '의장은 이의 유무를 물어 이의가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가결을 선포할 수 있다'(112조 3항)고 규정하고 있다. 의사표시를 법률 통과의 조건으로 못박은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기 저기 흩어진 의원들이 어떻게 표결 의사를 표시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이 기회에 2000년 도입 후 유명무실해진 전자투표를 표결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하면 출석 의원과 찬·반 의원의 이름이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시되는 만큼 회의 도중 자리를 뜨는 관례가 발붙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박관용(朴寬用) 의장이 9일 '정부 입법 시기를 분산시키고 의장단이 수시로 출석자 명단을 점검·공개하겠다'는 개선방안을 내놓았지만 평소 의원들의 행태로 보면 이것도 미흡하다. 이의 표시에 의한 법안 표결과 수작업에 의한 정족수 계산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관례'를 사실상 계속 인정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문제있는 의정 관례는 깰 줄도 아는 것이 국회개혁이다.
안준현 정치부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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