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LASIK) 수술을 받은 사람이 1994년 이후 7년여만에 10만명을 넘어섰다. 주위에 이 수술을 받은 친구 하나 없는 이가 드물 정도다. 그러나 이 수술환자를 유치하려는 병·의원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무분별한 수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의들은 "장점보다 부작용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의사를 찾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고 말한다.■라식 왜 많이 하나
엑시머레이저, 라식, 라섹은 모두 불소혼합가스에서 나오는 원자외선 레이저로 각막을 깎아내는 시력교정수술이다. 다만 각막을 살짝 벗겨낸 뒤 안쪽을 깎느냐(라식), 각막 겉에서 통째로 깎느냐(엑시머)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라섹은 각막의 상피만 얇게 벗겨내고 깎는다는 점에서 라식과 비슷하지만 결국 상피가 떨어져나가기 때문에 엑시머와 비슷한 점이 많다.
라식이 크게 유행하게 된 것은 각막을 두텁게 벗겨내고 다시 덮기 때문에 통증이 거의 없고, 수술 당일부터 잘 보인다는 환자의 편의 덕분이다. 주말에 간단히 수술을 받으려는 젊은 직장인 뿐 아니라 40대 이후 중년층의 발길도 최근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개업 안과 전문의가 늘면서 대당 5억원에 이르는 외국산 라식수술기가 국내에 470대나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식 부작용 없지않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 김응권 교수는 3월 아벨리노 이영양증 환자가 라식수술을 받을 경우 증세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한다는 사례를 발견, 논문을 통해 학계에 보고했다. 5만명 중 한 명 꼴로 드물기는 하지만 비결핵성 마이크로 박테리아에 감염돼 항생제를 써도 치료가 매우 어려운 사례도 발견됐다. 김 교수는 "라식은 각막을 떼어냈다가 다시 붙이기 때문에 감염 등 위험부담이 내재돼 있다"며 "라식의 부작용과 적용 한계 등이 새롭게 드러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엑시머레이저 시술을 받은 환자는 큰 부작용이 없었다.
이밖에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부작용은 야간 눈부심, 뿌옇게 보이는 것, 근시 재발 등이다.
■시력검사 두번이상해야
라식의 부작용은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경쟁적으로 수술을 무분별하게 실시하는 탓도 크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차흥원 교수는 "상처 회복이 잘 안 되는 켈로이드 체질, 감염 등 불가피한 부작용이 있다. 그러나 수술 중 각막이 깨끗이 벗겨지지 않으면 다시 덮어야 하는데 무리한 수술 일정 때문에 강행하는 경우 등 시장논리에 의한 부작용도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전문의들은 2번 이상의 시력검사를 거쳐 깎아내야 할 도수를 정확히 측정하고, 각막두께, 각막의 곡률과 굴절도, 눈의 질병 여부, 안압검사, 원추각막 여부 등을 사전검사에서 정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부작용으로 재수술을 하려 할 때도 부작용의 원인에 따라 교정이 불가능한 것도 있으므로 의사와 상세히 상의해야 한다.
■초고도 근시는 교정 한계
많은 안과 전문의들이 라식은 "초고도 근시까지 광범위한 시력교정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마이너스 10디옵터 이상의 초고도 근시를 교정하는 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각막의 두께는 500∼550㎛(0.5∼0.55㎜)이고 160㎛을 벗겨낸 뒤 나머지 340∼390㎛에서 도수에 따라 깎아낸다. 예전엔 250㎛만 남겨놓고 100㎛안팎을 깎아도 안전하다고 여겼지만 최근엔 300㎛는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초고도 근시에는 눈속 렌즈삽입술(ICL)이 가능한 대안으로 꼽힌다. 각막 가장자리를 3㎜정도 절개한 후 홍채와 수정체 사이에 두께 0.05∼0.5㎜의 렌즈를 삽입하는 것이다. 비전아이센터 이담호 원장은 "눈속 렌즈삽입술을 받은 환자 35명 중 49%(17명)가 맨눈 시력 1.0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눈부심이 없는 등 질 높은 시력을 얻을 수 있지만 렌즈를 넣는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렌즈맞춤 비용이 고가다. 드물지만 백내장이 부작용으로 올 수 있다.
백병원 21세기안과 김재호 원장은 "각막편과 각막을 동시에 깎아내는 시술을 하면 초고도 근시 교정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초고도 근시 교정에는 안전성이 완전히 확인된 방법은 아직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이런 병·의원 피하라
- 덤핑 하는 곳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덤핑을 하며 환자를 모집하는 병원은 피하는 게 좋다. 수지를 맞추기 위해 검사와 수술일정을 무리하게 잡는 경우가 많다.
- 사전검사에 소홀한 곳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에게 검사 직후 수술을 하는 곳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수술결과를 운에 맡기지 않으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전검사를 반복해서 해야 한다.
- 부작용 0%를 자랑하는 곳
지금까지 큰 부작용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오히려 환자에게 부작용을 상세히 설명해 주는 곳이 낫다. 이를 피해갈 자신있는 의사가 오히려 이러한 설명을 상세히 한다.
- 수술 기계를 과열 선전하는 곳
최신 기계가 성능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계가 수술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병·의원일수록 최신 기계의 구입비를 빼느라 무리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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