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우수 인력 확충을 중요한 정책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내에서 조차 기술직이 홀대를 받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 주요 정책 부서내 기술직 출신 고위 관리들이 절대 부족한 가운데 기술직 자리마저 행정직으로 채우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산업자원부의 경우 생산기술연구원에 파견돼 있던 남인석 국장(3급)이 10일 특허청 심사2국장으로 내정됐다. 이에 따라 산자부 기술직 간부는 실·국장급에서 고정식 전기위원회 사무국장 1명만 남게 됐다.
현재 산자부 기술직 간부는 차관보·실장(1급) 5명 중에 전무하며, 국장급(2·3급)은 14명 중 1명, 과장급(3·4급)은 59명 중 1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과장급 기술직 12명 중 본부에는 4명 뿐이고, 8명은 기술표준원에 속해 있다.
상공부 시절인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차관보는 물론이고, 기계공업국, 기초공업국, 전자공업국, 화학·섬유공업국 등의 국장과 과장의 절반 이상이 기술직이었던 것에 비하면 기술직 홀대 현상이 최근 몇 년 새 더욱 심해진 것이다.
산자부는 올 6월 산업기술 인력 육성책의 하나로 이공계에 대한 병역특례 확대와 장학금 및 해외연수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이 같은 정책을 입안·집행하는 부처에서 이공계 출신이 떠나는 현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산자부 관계자는 "조직개편으로 기술직이 갈 수 있는 공업국 자리가 줄어든 데다, 기술직이 특허청 등 안정적인 부처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술직 출신들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그런 점이 없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산자부에서 기술직의 승진 비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술직만 갈 수 있었던 공업국 자리에 행정직도 갈 수 있도록 터 놓음으로써 사실상 행정직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는 결과가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산자부 뿐 아니라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다. 중앙인사위원회가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8만8,074명 중 기술직 공무원은 2만1,733명으로 24.7%에 불과했다. 직급별로는 5급 31.0%, 4급 29.1%, 3급 24%, 2급 18.2%, 1급 9.7%로 위로 올라갈수록 기술직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산자부는 실·국장급 중 기술직 비중이 3.3%로 가장 낮았고, 정보통신부도 19.4%로 정부 전체 평균인 21.6%에 못 미쳤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국가직 공무원의 3분의 2 이상이 기술 전문가이고, 중국은 장쩌민(江澤民) 주석, 주룽지(朱鎔基) 총리, 후진타오(胡錦濤) 부주석 등 국가지도자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이라며 "정부 스스로 이공계 출신을 키우지 않으면서 이공계 우대 정책을 펴겠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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