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하 재료가 소멸되면서 시장이 다시 방향성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주말 국내 주식시장은 뉴욕증시의 하락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680선이 무너졌다. 단기 상승폭이 컸던 정보기술(IT) 관련주와 은행 증권 건설 등 대중주가 많이 떨어졌다. 특히 최근 한달간 반등장을 이끌었던 삼성전자는 1.91% 떨어지며 35만원 대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독주로 시장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며, 외국인의 매수세 지속과 함께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대표주로의 매기확산이 이뤄져야만 추가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시장에너지 보강이 관건
최근 시장의 특징은 기관과 개인이 매수여력을 상실한 가운데 외국인만 삼성전자 등 특정 종목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최근 며칠간 삼성전자 '편식'에서 벗어나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등 업종대표 우량주에도 관심을 보였지만, 시장의 중장기 추세를 감안한 투자라기보다는 낙폭과대를 염두에 둔 단기매매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일변도의 매수세로는 6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680선 대를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외국인이 반도체가격 상승이라는 모멘텀을 가진 삼성전자만 집중 매수하면서 시장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며 "소외 우량주로 매기가 확산되지 않는 한 700선 부근의 매물벽을 뚫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인하가 시장에너지의 보강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증권 권혁준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하에도 불구,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이 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전세계적인 유동성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국인이 현·선물에서 엇갈리는 매매패턴을 보이는 것도 뉴욕증시의 조정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며 "이번 상승장의 주역인 외국인과 함께 기관이 매수주체로 나서야만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굿모닝신한증권은 외국인이 국내는 물론, 대만에서도 대규모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K증권 전준모 연구원도 "과거 경험으로 보면, 경기침체 막바지 국면에서 나온 금리인하는 금리인상 시점까지 주가를 끌어올렸다"며 "이번 금리인하도 결국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대안을 찾아라
전문가들은 반도체가격 급등에 따른 삼성전자의 지수견인력이 점차 약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장흐름이 '반도체 가격 상승→삼성전자 주가 급등→종합주가지수 상승'의 형태로 진행됐으나,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11월말을 기점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를 대체할 후속 주도주에 쏠리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현재는 유동성이 반도체주에 집중돼 있지만, 금리인하로 금융주에 대한 상승모멘텀이 강화된다면 업종대표주 전반으로 매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대증권도 업종대표주 가운데 삼성전자의 후발주자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성훈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가 주춤하면서 경기 및 수출 관련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며 "업종대표 우량주인 LG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현대차, LG화학, 대한항공, 국민은행 등은 후발 주도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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