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엔화차입금의 부실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엔화대출이 갈수록 폭증하고 있다.특히 1년 미만의 단기로 조달한 엔화차입금을 기업들에 장기 저리로 빌려주는 등 대출관리도 허술해 미스매치(만기 불일치)로 인한 유동성악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외환·우리·한미·조흥·하나·국민·신한 등 8개 시중은행의 엔화대출금이 지난해 말에 비해 무려 20배 넘게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8개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313억8,000만엔에 불과했으나 올들어 10월말 현재 6,795억엔으로 늘어났다. 한미, 조흥, 하나 등 3개 은행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엔화대출이 한푼도 없었으나 올들어 2∼4월경부터 본격적으로 대출 경쟁에 가세, 10월말까지 각각 308억엔(한미), 173억엔(조흥) 162억엔(하나) 등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엔화 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기업들의 대출수요가 많은데다 엔화조달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맞아 떨어지며 엔화대출이 단시일 내에 급증, 일부에선 유동성 악화조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 은행은 엔화 잔고에 비해 대출규모가 지나치게 많이 늘어나자 일선 지점에 공문을 보내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동성 악화로 인해 주요 외화대출상품의 금리를 상향조정하고, 대출한도도 본부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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