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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中3때 친구 2명과 가출 상경 처음 본 한강·서울 가슴 뛰어 그때의 설렘, 도전의 원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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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中3때 친구 2명과 가출 상경 처음 본 한강·서울 가슴 뛰어 그때의 설렘, 도전의 원천으로

입력
2002.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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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에 대한 그리움, 가서 다시는 오지 않을 것에 대한 아쉬움은 아름다우며,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이다. 소중하고 값진 그리움이야 셀 수 없이 많지만 무엇보다 잊지 못할 일은 중3때 고향 예천을 떠나 서울로 가출했던 일이다.어린 철부지의 눈에 들어온 한강과 서울에 대한 설렘으로 뛰던 가슴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친구 두 명과 무작정 상경해 잠 잘 곳도 없고, 먹을 것도 마땅치 않았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시공 중이던 제3 한강교의 일용 잡부로 일했다. 매일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밤이면 강변 백사장에서 잠을 자다 추워지면 공사용 대형철판 사이에 들어가서 추위를 피해 새우잠을 자는 생활을 반복했다. 어려운 생활이었지만 매일 번 돈을 모아 한강의 모터 보트를 타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재미에 집 생각을 할 겨를 조차 없었다.

그런 생활을 두 달여 하다 친지에게 붙잡혀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는데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 누님들로부터 엄청난 시달림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서울에 대한 그리움은 잦아들지 않았다.

어른이 돼 사업을 하면서 세계 각 처의 많은 도시를 다녔다.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설레임은 늘 있는 것이지만 철부지 시절, 고향역을 떠나 서울로 갈 때와는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사업은 할 일이 정해져 있고, 예측 가능한 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반해 철부지 시절은 알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일에 대한 설렘이었기 때문이다.

내일의 일은 알 수 없기 때문에 흥미진진하다. 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전혀 모르지만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걸고 찾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살아오면서 익숙한 것이 편하고, 쉬운 일이라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새로운 것 만큼 강한 설렘이 없다.

젊다면 젊은 나이지만 쉰을 바라보는 내 나이엔 새로운 것, 미래에 관한 것을 찾는 것보다 옛 것을 정리하고, 현재 일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이 더 어울릴 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철부지 시절, 열차 안에서 보았던 한강의 풍경과 그것을 보고 느꼈던 설렘을 평생 잊지 못한다.

고향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던 그 때의 설렘에 대한 기억으로 알 수 없는, 그래서 더 많은 매력이 있는 미래와 새로운 일들을 기쁘게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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