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여신은 최후까지 그 둘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0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못한 삼성을 웅비(雄飛)하게한 것은 결국 마해영(32)과 이승엽(26)이었다.삼성의 3번타자 이승엽과 4번타자 마해영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우 거포지만 모두 챔피언 반지를 끼지 못한 한이 맺혀있었다. 4번째 정상 도전에 나선 마해영이나 2번째로 정상 도전에 나선 이승엽 모두 목표는 우승 하나였지만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의 성적은 극과 극을 달렸다.
마해영이 5차전까지 홈런 2개와 9타점, 4할이 넘는 타율로 펄펄날고 있었던 반면 이승엽은 고작 16타수 2안타로 '국민타자'의 체면이 서지 않았다. 올 시즌 최다안타왕을 차지한 마해영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한국시리즈를 기다리고 있었던 반면 홈런왕 이승엽은 막판에 입은 무릎부상과 치열한 홈런레이스로 커진 스윙 때문에 타격감을 잃었기 때문.그러나 6차전 9회말 기적 같은 연타석 홈런으로 삼성에 우승 트로피를 안긴 마해영과 이승엽은 우승 축포가 울리자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를 얼싸안았다.
한국 시리즈 MVP를 안은 마해영은 "이번에 우승을 못했으면 야구를 그만두고 싶었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MVP의 기쁨보다는 팀의 고참 노릇을 해낸 것이 자랑스럽다 "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승엽은 "뒤에 해영이 형이 있으니까 편안히 치자고 생각했다. 타구가 넘어가는 순간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20년만에 푼 우승의 기쁨은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을 때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구=이왕구기자 fab4@hk.co.kr
■이승엽 부진씻고 눈물
동점 스리런을 터뜨린 이승엽은 타석에 들어서면서 "죽어도 병살타는 안치겠다"고 다짐했다.
이전까지 20타수 2안타의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이승엽은 "내 뒤의 해영이 형이 타격감이 좋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형에게까지 찬스를 연결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아 넘어갔다"고 웃었다.
이승엽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삼성팬이었는데 우승을 해 너무 기쁘다. 우승을 위해 지난 1년간 끊었던 술도 이제 마음 놓고 마시겠다"고 말했다.
내년 시즌을 끝내고 해외 진출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던 이승엽은 "지금 어머니께서 편찮으시다"면서 "아버지와 아내 등 가족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결혼한 부인 이송정씨도 이승엽이 홈런을 치자 그때서야 기쁨의 눈물을 훔쳤다.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삼성이 사상 초유의 돈보따리를 푼다. 삼성이 선수단에게 나눠줄 보너스가 지난 해 역대 최고보너스(14억 7,000만원)를 지급했던 두산보다 2배 많은 3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 포스트시즌 입장수입중 대회운영경비 40%를 제외한 우승팀몫 7억원 정도까지 합하면 보너스는 더 늘어난다.
/대구=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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