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피의자에게 물고문까지 한 사실을 고해함으로써 유례 없는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심상명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었고, 김각영 법무차관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되었다. 대통령 선거를 1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중요한 선거업무를 관장할 각료와 검찰총수를 바꾸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빈 자리를 그대로 둘 수도 없는 불가피성이 있었다.문제는 신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후보자가 검찰의 시련을 극복하고 환골탈태하는 과업에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새 인물들이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미흡하지 않나 하는 인물평이 나도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특히 김각영 검찰총장 내정자를 둘러싼 잡음은 검찰 내부에서도 민망해 할 정도라는 소식이다.
서울지검장 시절 정현준 진승현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해 특검 수사와 자체 재수사를 초래했고, 일선 지청장 재직 때는 금품수수 사건으로 징계성 인사를 당한 인물이 과연 검찰의 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검찰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정현준 진승현 사건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망을 결정적으로 실추시킨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 사건만 아니었다면 검찰이 지금처럼 불신을 받고, 정권의 도덕성까지 먹칠을 당하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 정도 흠결이 없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소리가 들린다. "정권 말기에 누가 총대를 메려 하겠느냐"는 고충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새 검찰총장은 원칙에 철저한 집무자세로 신뢰를 회복할 각오를 다져야 한다. 지금 검찰에 주어진 과제는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검찰의 위상을 정립하는 일이다. 물고문 폭행수사 같은 원시적 수사관행 하나라도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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