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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선거 2002] (4)南北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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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선거 2002] (4)南北관계

입력
2002.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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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기준남북관계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은 그 복합성과 중요성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기준에 따른 검증이 필요하다. 첫째 후보들의 대북 시각 및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을 진보-보수주의 및 이상-현실주의라는 이념적 시각이나 스펙트럼에서 파악하고 분석했다. 둘째 제시된 공약이 민족과 국가 및 사회를 위한 비전(미래상)과 리더십을 보여 주는 것인가를 검증했다. 셋째 후보들 공약의 객관성과 구체성 및 실현 가능성, 그리고 일관성 여부를 살펴보았다. 상황변화와 득실계산, 인기나 여론을 의식한 공약은 남북관계에서 특히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공약이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고 조정 될 수 있는 것인 지가 검증 대상이다. 남북관계는 일관성이 중요하지만 환경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적응성과 유연성을 필요로 한다.

■이회창 후보

이념적으로 이회창 후보는 가장 보수적이고 현실주의적이다. 이 후보의 가정환경이나 엄격한 법관으로서의 인생이 보수적이고 경직된 대북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북한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표명 및 공약에 그대로 반영됐다.

햇볕정책과 관련해서는 엄격한 상호주의와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금강광산 관광의 대가로 제공하는 정부의 현금지원을 중단하고 민간자율로 사업을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남측의 남북연합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한다'는 6·15선언 제2항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현 상황에서 보안법 개정에 반대하고, 명확한 '주적개념' 정립을 요구했다. 북의 핵 개발 계획 '시인' 사태가 발생하자, 이를 햇볕정책 실패로 간주하고 북한이 군사우선정책을 먼저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의 정책은 현실주의적 노선을 취하고 있지만, 동시에 비현실적이라는 함정을 갖고 있다. 그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이나 발전은 지연되거나 어렵게 되고, 인도적 대북 지원마저 순조롭지 못할 것이다. 이 후보는 평화정책 3원칙과 5개 평화정책 과제를 제시하면서 평화구축을 역설하지만, 도리어 북한은 그를 반민족, 반통일적 인물로 비난하고 있다. 이 후보가 폐기를 주장한 6·15공동선언 2항은 국민합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문제점은 있다. 하지만 국가연합과 연방 모두 다원주의와 민주주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세계에 다양한 형태의 연방국가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노무현 후보

노무현 후보의 이념성향은 진보적이면서 현실주의 성향을 띤 '온건 진보'로 분류될 수 있다. 그의 성장배경과 인권 변호사 경험 등이 진보성향의 대북관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는 북한에 대해 평화와 공동번영을 추구하고, 남북 평화선언 및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제적 지원은 장기 투자 관점에서 계속해야 하며,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정일 답방에 대해서도 가급적 이른 시점에 이뤄지는 게 좋다는 진보적 입장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반면 미군 주둔 필요성을 인정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대신 대체입법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 개발계획에 대해서도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등 현실주의적 입장을 가미했다. 그는 '원칙적 진보주의자' 보다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하는 온건한 진보주의자의 입장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입장과 발언들을 자신의 정책으로 체계화하지는 못한 것 같다. 특히 남북문제는 민족 안보 통일 국제문제 등 다양한 요소가 서로 연결돼 집약된 복합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과소평가하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토론회 등에선 3단계 통일론과 고려연방제에 관한 질문에 대해 부적절한 대답을 하거나 깊이 공부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특히 그의 미국에 대한 언급은 국제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친미·반미 입장에 관계없이 실망스러운 것들이었다.

■정몽준 후보

정몽준 후보는 국제통이며 다채로운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 후보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 사이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이슈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입장을 조정·변경하는 유연성을 지닌다. 남북관계에서 정 후보의 공약은 다른 분야의 공약들에 비해서는 구체적이고 정리된 느낌을 준다.

그는 지나친 대북 온정주의와 경직된 사고 모두 위험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남북이 2개 정치체제라는 현실인식 속에서, 투명하고 상식적인 대화와 교류를 하면서 경제협력을 통한 '사실상 연방제 구축'과 경제·문화적 공동체 건설을 강조하고 있다.

신의주 행정특구와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북한의 개방의지를 보여주는 것인 만큼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적 성향이 뚜렷하게 부각된다. 주한 미군의 계속 주둔, 보안법과 주적개념의 폐지 반대 등의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유연한 경제협력 입장과 단호한 안보 테세 확립입장은 서로 상충되며 불가피하게 정체성 혼란을 초래한다. 북한의 핵 개발 시인 이후 정 후보는 포용정책 지지에서 각종 지원과 경제교류 중단을 주장하는 등 강경론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정 후보의 공약은 환경변화에 대한 민감한 적응력, 그리고 일관성 결여라는 양면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권영길 후보

권영길 후보의 입장은 뚜렷이 차별화된다.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권 후보는 미군의 단계적 철군, 남한 선도의 20만 감군, 남북주도의 평화체제 형성 및 통일, 국가보안법 폐지, 북한에 대한 주적 명시 삭제, 김정일 답방 찬성, 조선 사회민주당의 방북 초청 수락 등 상당히 전향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흡수통일로 오인될 소지를 지녔다고 비판하고 있다. 남북문제를 당사자 주도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와 열정은 좋다고 본다. 그러나 대선후보의 공약에는 정확한 정세판단과 지혜가 필요하다.

■종합 검증

16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과거 대선의 후보들과 비교할 때 통일방안 보다는 남북관계와 관련된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어 입장과 대안을 제시한 특징을 보인다. 현재의 전환기적 정세로 비춰볼 때 장기적 비전보다 대증(對症)적 요법에 치우친 느낌을 받는다.

대체로 4명의 후보들은 원칙상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강조한다. 주목되는 것은 후보들이 모두 남북관계에서 군사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들은 국민의 정부 당시 남북관계에서 군사분야의 진전이 없었다는 점을 비판하고 군사적 긴장완화을 위한 합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떤 경우든 차기 정부에서 대북정책의 강조점이 바뀔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구체적인 입장·해법에서눈 후보 성향 및 소속 정당 등에 따라 차이점들이 부각된다. 남북관계에서 후보 공약 평가는 결과만의 평가가 아닌 동기-방법-결과의 3차원 평가방법 사용이 필요하다.

이회창 후보는 안보관이 분명하여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냉철한 북한관을 바탕으로 철저한 상호주의와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동족간 특수관계인 남북관계를 위한 그의 비전과 유연성이 아쉽다. 햇볕정책에 방법론적 문제가 있었다면, 똑 같은 잣대로 그의 남북관계 개선책도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는 민족문제와 국제문제 및 국내문제를 조화시켜 풀어가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노무현 후보의 장점은 남북문제를 유연한 시각으로 보고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계승 입장을 일관성 있게 밝힌 점이다.

반면 현실을 감안해 주한미군 주둔 문제에 대한 입장을 변경함으로써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있다. 통일방안 등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한미 관계 등 국제문제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이념 성향과는 별도로 후보 자질에 대한 시비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몽준 후보의 대북공약은 화려한 교육배경, 다채로운 경력 및 젊음이라는 이점들 때문에 관심대상이 되어 왔다. 그는 남북문제에 비교적 진보적 입장을 취해 왔으나, 최근 북한 핵 문제가 나오면서 강성으로 돌변했다. 현실성과 적응성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겠으나, 성급히 입장을 바꾸는 것은 확고한 비전과 일관성 결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권영길 후보는 시각과 정책에서 다른 후보들과 구분되는 선명성을 보여 주었다. 그는 자신의 공약에 대해 자신감을 보여 주었으며, 타 후보들의 입장이나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그러나 급진적 제안과 부정적 대미관은 유권자들을 설득시키는데 부담이 될 것이다.

전인영(全寅永)·서울대 외교학과 졸·미국 신시내티 대 정치학박사

·한국지역연구협의회 회장·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핫이슈/햇볕정책 평가

이념 대결이 불붙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된 '북풍(北風)'이나 냉전적 색깔론 공방이 아니다. 이회창 정몽준 노무현 권영길 후보는 대북관이나 정책에서 우(右)에서 좌(左)로의 뚜렷한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평가에서 이들의 인식차는 뚜렷하다.

이회창 후보의 대북 인식에는 강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햇볕정책의 혜택을 받으면서 핵을 개발하는 못 믿을 집단이라는 식이다. 대북 지원을 단순한 '퍼주기'로 받아 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그는 미국의 일방적 대북 접근법과 유사한 엄격한 상호주의와 투명성을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주장이 지나치게 북한 변수를 무시해 남북관계를 뒤흔드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후보의 상호주의는 불변의 원칙이 아니라 집권할 경우 어느 정도 유연성을 띨 수밖에 없으며, 보수층의 지지를 겨냥한 정치행위라는 분석도 상당하다. 한나라당이 대북 4,000억원 비밀지원설을 집요하게 제기한 것도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정몽준 후보 등에게 타격을 주려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왔다는 지적이 많다.

노무현 후보는 북한의 핵 개발 시인이라는 상황 변화로 DJ 정부의 햇볕정책이 논리적 약점을 드러낸 데도 불구하고 일관된 지지를 밝히고 있다. 장기 투자라는 관점에서 북한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자세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대북 접근법을 놓고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연출한 DJ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더욱이 무작정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다고 해서 북한이 체제유지의 보루로 여기는 핵 개발을 포기하고 남측의 손짓에 호응할지도 의문이다.

정몽준 후보는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해왔으나, 최근 '대화·협력 상대로서의 북한' 인식에서 멀어져 원점에서 대북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특히 북한 핵 개발 파문이 일자 미국조차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경수로 건설 및 중유지원 중단 등 대북제재 수단을 곧바로 언급했다. 정 후보의 이 같은 자세는 '햇볕정책=현대'라는 국민적 인식을 희석하는 한편 이 후보의 이념적 지지 기반인 보수층의 표심을 겨냥하겠다는 뜻이다.

대선 후보들의 대북 이념적 차별성은 북한 담론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대북 문제가 정략적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도 낳는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나 민족의 장래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배제한 채 표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색깔을 분명하게 하려는 행태는 요주의이다. 국민은 당파를 초월해 햇볕정책의 공과를 따지고 이를 지양할 새 리더십을 바라고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정책을 만든 사람들

한나라당의 남북관계 정책은 외부 자문그룹과 당내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만들었다. 이회창 후보의 통일정책 특보인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원차관, 유호열(柳浩烈) 고려대 교수 등이 큰 가닥을 잡았다. 주미 공사 출신의 송종환 충남대 겸임교수와 범민족대회 정책실장을 지낸 오경훈(吳慶勳) 부대변인, 미국 터프츠대 박사인 여의도연구소 전재욱(全在昱) 연구위원의 기여도 손꼽을 만하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도 한나라당 국가혁신위 부위원장 시절 남북·통일 정책의 뼈대 만들기에 깊이 관여했다. 남북 협상 경험이 풍부한 윤여준(尹汝雋) 의원과 안기부장 특보 출신의 이병기(李丙琪) 특보의 공도 적지 않았다. 당 밖에서는 유세희(柳世熙) 한양대 교수 등 친 이 후보 성향의 전직 관료 및 원로 교수들이 주축이 된 희망포럼 참여 인사들이 큰 틀의 남북정책 자문에 응해 왔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대북정책은 화해·협력의 '햇볕정책'을 평화와 번영의 '노무현 독트린'으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을 통해 완성됐다.

'외교·안보·통일 정책팀'의 팀장인 서동만(徐東) 상지대 교수가 주로 외부 교수진과 통일 관련 NGO 대표 등의 의견을 수렴해 이 복안의 기초를 제공했다. 특히 대북 경제 분야는 대북정책에 간여했던 정부 고위관료, 대북지원 사업을 했던 기업 인사들을 초청해 들은 실무경험을 토대로 정책을 짰다. 유종일(柳鍾一) KDI 대학원 교수도 경제 분야에서 일정부분 자문을 했고, 서해교전, 북핵 문제 등에 대해서는 문정인(文正仁) 연세대 교수의 조언이 반영됐다.

이런 정책 조언을 토대로 최종적으로는 당내 대북 전문통인 임채정(林采正) 정책선거특별본부장이 노 후보의 정책을 완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는 자신의 후원회장인 이홍구(李洪九) 전 총리로부터 남북관계와 관련한 정책 조언을 자주 듣는다. 통일원 장관을 지낸 이 전 총리는 통합 21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언제든 남북 교류 및 통일 방안 등에 대한 정 후보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동아일보 논설실장과 통일연구소장을 지낸 정종문(鄭鍾文) 정치특보도 통일·안보 문제에 대해 활발한 의견을 개진한다.

정책자문 교수단 가운데 북한정치를 전공한 이화여대 박준영(朴俊英) 교수는 남북관계 정책을 다듬고 있다. 안기부 북한정보국장과 북한문제조사연구소장을 지낸 권민웅(權敏雄) 통일안보특보도 북한 현실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정책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국제정치학 박사인 정 후보 스스로도 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변 4강과의 관계를 중요한 변수로 보면서 대북 정책의 기본틀을 짜는 데 비중 있는 역할을 해 왔다 .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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