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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광해를 위한 변명 / 극단 물리 "광해유감" 인간적 고뇌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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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광해를 위한 변명 / 극단 물리 "광해유감" 인간적 고뇌에 초점

입력
2002.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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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광해를 극형에 처한다."극단 물리가 13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광해유감'(임은정 작, 한태숙 연출)은 이 대사로 시작한다. 인조반정으로 폐위된 왕 광해군의 비애를 그린 이 작품은 폭군으로 매도된 광해군의 비애와 진실을 극 중심에 놓고 있다. 당시 반정 세력의 주장과 달리 오늘날 역사학자들은 그가 임진왜란 후 명이 기울고 청이 일어나는 국제정세 속에 균형외교를 펼치면서 내치에 수완을 발휘한 현명한 왕이었다고 평가한다.

작가는 광해를 불운한 왕으로 본다. 세자로 인정했다 물리기를 15차례나 했던 아버지 선조의 변덕에 시달린 끝에 불안하게 즉위하고, 그 뒤 왕권을 지키기 위해 형제를 죽이고 인목대비를 폐하는 광해군의 인간적 고뇌를 부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광해군의 권력유감 또는 광해군을 위한 변명이다. 파격적인 무대 미학으로 잘 알려진 연출가 한태숙은 이번에도 독특한 무대를 선보였다. 보통 막아두는 무대 뒤 깊숙한 공간을 터서 쓰고, 1층 객석을 전부 비운 채 아예 무대 위에 객석을 만들어 올렸다. 관객이 배우들이 움직이는 사각 무대의 3면을 바짝 포위한 채 안쪽 깊숙히 시선을 던지게 만든 이런 형태는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적 장치다.

한태숙의 연출은 속도감과 긴장감에서 성공적이다. 광해의 모습을 열연한 한명구의 카리스마, 선조 역 원로배우 오현경의 노련함, 인목대비 역 장영남의 매서운 연기도 만족스럽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균형감각이다. 광해군의 콤플렉스 원천인 선조가 지나치게 경망스런 노인으로 그려진데다, 울부짖는 광해군만 부각됐지 뛰어난 군주로서 그의 치적은 거의 생략돼 불운한 왕 광해의 비극이 갖는 무게를 떨어뜨리고 있다. (02)764―876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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