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10일 단독회동, 박 대표의 한나라당 합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박 대표는 이날 "정권교체를 위해 한나라당에 합류해 달라"는 이 후보의 요청에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며 당과 협의해 회답하겠다"고 반승낙했다. 또 회동 후 기자들에게 "내 결심만 남은 상태이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상 합류 의향을 굳혔음을 시사했다.
양측은 이날 당 대 당 통합 등 합류 형식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실무협상과 박 대표의 공식 선언 등 후속조치에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박 대표를 빼고는 의원이 없는 데다 최소 조직만을 유지해 온 한국미래연합의 상황으로 보아 한나라당이 형식상의 당 대 당 통합에 쉽사리 응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2월 박 대표의 한나라당 탈당으로 등을 돌린 두 사람이 대선을 앞두고 다시 손잡은 것은 정치적 이해가 맞아 떨어진 때문이다. 이 후보는 자신의 지지도 제고를 위해 여성과 영남, 보수층에 영향력이 있는 박 대표와의 관계 회복에 공을 들여 왔다. 또 '독선적' 당 운영을 비판하며 이탈한 박 의원을 껴안음으로써 안팎에 포용력을 알리는 부수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한 고위당직자는 "박 대표가 정몽준(鄭夢準) 의원과 손잡았을 경우를 생각해 보라"고 귀띔했다. 박 대표 역시 탈당 이후 독자 출마가 무산되는 등 현실정치의 벽을 실감했으며 지역구(대구 달성) 여론, 지지 기반인 영남과 보수층의 정서, 대선 이후의 입지 등을 고려해 한나라당 합류가 차선책은 되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측은 회동 시기를 놓고 복잡한 정치적 계산을 거쳤다. 한 측근은 "회동 시기를 저울질하던 중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가속화하고 청와대 개입설이 나오는 등 이상기류가 형성돼 쐐기를 박는 차원에서 결정됐다"며 "대선정국 주도를 위한 민주당 및 자민련 의원 추가 영입 등 선제 포석들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전날 박태준(朴泰俊) 전 총리를 만나 대선 협력 다짐을 이끌어 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다음은 회동 후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요지.
―회동결과는.
(이 후보) "아주 유익했고 만족한다."
(박 대표) "만족한다"
―향후 일정은.
(박 대표) "이 후보가 내 얘기의 모든 부분에 공감하고 찬성해 내 결심만 남았다. 주변과 상의해 조만간 결정하겠다."
―양측이 공감했다면 함께 하는 거냐.
(박 대표, 고개를 2차례 끄덕이며)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에 합류해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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