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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검찰 사과 들을만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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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검찰 사과 들을만큼 들었다

입력
2002.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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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서 조사 받다가 사망한 조모씨가 조사관들에게 모진 고문과 폭행을 당했음이 검찰 자체조사에서 밝혀졌다. 조씨의 공범에게 물고문을 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우리나라가 아직도 이런 나라였나. 다른 곳도 아닌 검찰 청사 안에서 조사관들이 피의자를 집단 폭행하여 숨지게 하고 물고문까지 하는 나라인가. 1987년 경찰에 잡혀가 물고문으로 숨진 박종철군의 앳된 얼굴이 아직 온 국민의 가슴에 못박혀 있는데 또 물고문이라니. 기막히고 슬프다. 끔찍해서 검찰청사를 어떻게 바로 보겠는가.

검찰은 '법의 수호자'이고 '인권의 파수꾼'이다. 해마다 어려운 시험과 교육을 거쳐 검사로 임용되는 젊은이들은 그런 각오를 가슴에 새길 것이다. 그런 각오가 살아 있기에 그들은 어떤 비바람 속에서도 긍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일터에서 한 국민이 매를 맞아 죽었다. 검찰청사가 국민의 피로 얼룩졌다.

이번 일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바뀌고, 살인 용의자를 끈질기게 쫓으며 '법의 수호자'가 되고자 했던 담당 검사도 구속됐다. 검찰은 초상집이 됐다. 검찰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사죄나 재발방지 약속이 아니다. 검찰의 사과는 그 동안 신물이 나도록 수없이 받아왔다. 이런저런 불상사가 일어날 때 마다 검찰은 요란하게 사과하고 반성하지만 그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의 경질도 한 두 번 겪은 것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 8번째 법무장관이 임명됐다. 법무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은 겨우 7개월이었다. 임기 2년이 보장된 검찰총장도 이번이 5번째다. 임기를 제대로 채운 총장은 2명에 불과했다. 문책인사로 수 없이 사람을 바꿔도 검찰은 여전히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백번 사죄보다, 백번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 관행으로 이루어지던 일들을 하나하나 검토하여 민주 검찰에 걸맞은 새 관행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살인 용의자도 마약 범죄자도 조폭도 국민이며,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선언이 아닌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밀실 밤샘수사를 금지하고, 수사 과정을 내선 TV로 밖에서 볼 수 있게 하고, 수사 과정에 변호사 참여권을 보장하는 등의 개선안을 내 놓고 있다. 피의자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 관행을 바꾸기 위해 법원도 과감하게 자백의 증거능력을 제한하고, 검사의 신문조서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재검토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수사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경우 강력범 수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강력범의 특성상 강압수사가 불가피 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음을 받아들이고, 과학적인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검찰 스스로 강압수사의 부담과 함정에서 해방되고, '인권의 파수꾼'으로서 자존심을 되찾는 길이다.

일제 36년과 군사독재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은 고문이나 공권력에 의한 폭력에 대해서 치가 떨리는 공분을 느끼고 있다. '인권 대통령'이 되겠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온 김대중 대통령이 검찰의 고문수사를 뿌리뽑지 못했다는 것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대통령은 남은 임기 안에 확실하게 강압적인 수사관행을 금하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자기 자신이 고문의 피해를 겪었던 대통령이 국민을 고문의 위험 속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검찰청사 안에서 피의자에 대한 가혹행위가 다시 자행된다면 국민은 검찰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이번 불행을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적 시비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검찰이 국민의 인권을 짓밟고 있다는 비난이다. 시간이 없다. 빨리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본사 이사 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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