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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42)이브 몽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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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42)이브 몽탕

입력
2002.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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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1월9일 샹송가수 겸 영화배우 이브 몽탕이 70세로 작고했다. 몽탕의 본명은 이보 리비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주(州) 피스토이아 근교에서 태어난 그는 2세 때 가족이 마르세유로 이주한 뒤 프랑스인으로 자랐다. 궁핍한 성장기를 보낸 그는 18세에 가수가 되었고, 얼마 뒤 에디트 피아프의 도움으로 파리의 뮤직홀 물랭루주 무대에 서며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 노동자 출신으로 이탈리아 공산당원이었던 아버지 조반니 리비처럼 몽탕도 프랑스 공산당원으로서 반전 운동에 힘을 쏟았고, 1968년 소련군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을 계기로 탈당한 뒤에도 좌파 참여 예술인으로 남았다.몽탕의 가장 잘 알려진 노래는 코스마의 곡에 시인 프레베르가 노래말을 붙인 '고엽'(1945)일 것이다. 몽탕은 영화 '밤의 문'(1946)에서도 이 노래를 불렀다. '고엽'의 가사는 운명의 힘에 휘둘리는 개인의 무력함을 더없이 아름답고 슬프게 그리고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삶은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이들을/ 갈라놓아 버리지/ 아주 슬며시/ 소리소문 없이/ 그러고 나면 바다는/ 지워버리지/ 그들이 찍어놓은/ 모래 위 발자국들을" 같은 대목이 그렇다.

개인의 소망에 대한 역사나 운명의 어깃장은 대체로 '아주 슬며시, 소리소문 없이' 놓인다. 그 방해공작이 떠들썩하게라도 이뤄진다면 미리 최소한의 대비라도 할 수 있으련만 역사나 운명은 그만한 너그러움도 없다. 그러고 나서 운명은, 차라리 세월은, 그 삶의 찢김을, 삶 자체를, 망각으로, 차라리 원초적 부재(不在)로 밀쳐버린다. 이 노래가 발표된 것이 종전 직후이니, 여기서 개인들을 갈라놓는 삶이란 전쟁 속의 삶이다. 언뜻 상투적 사랑 타령으로 들릴법한 이 노래가 가슴 시린 반전 가요로 받아들여진 이유가 거기 있다.

고 종 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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