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비해 10점 정도 오르겠다던 2003학년도 대입 수학능력 시험(수능) 점수가 반대로 2∼3점 떨어지게 됐다는 보도로 또 혼란이 일고 있다. 예상보다 성적이 낮아진 수험생들의 지원대학 및 학과 선택에 혼선이 빚어지고, 교사와 학부모들도 진학지도에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됐다.확실한 근거도 없는 언론의 성적상향 예측보도에 절망한 수험생이 투신자살하는 비극까지 겹쳐, 온 나라가 함께 앓는 수능 열병이 어김없이 재발하였다. 혼란을 부채질한 언론의 책임을 통감하는 한편, 부질없는 소동과 혼란의 반복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수험생 4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평가원의 가채점 결과는 예상과 달리 성적 하락으로 나왔다. 특히 상위 50% 집단과 자연계의 하락 폭이 큰 것이 특징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고교생 전체의 학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문제가 어려워 소동이 일어났던 지난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문제수준을 낮추겠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출제 방침이었다. 사회탐구 과목만 약간 까다로울 뿐, 나머지는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평이하게 냈다는 것이 출제진의 말이었다. 현역교사가 검토위원으로 많이 참여했기 때문에 작년보다 쉽게 냈다는 말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학생 전반의 성적저하 말고는 이 현상을 설명할 수가 없다. 아무 것이나 한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던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의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학교수업을 등한히 하고 과외와 학원수업만 좇는 수능 중심주의 '찍기' 훈련 학습패턴이 초래한 역작용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모든 대학의 학생모집을 한날한시에 치르는 딱 한번의 시험에 의존하는 제도의 불합리성을 계속 고집할 것인지 검토할 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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