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승리 후 7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힘주어 강조한 국가적 의제는 이라크 전쟁 문제와 국토안전보장부 설치안의 처리였다.부시 대통령은 45분 간 진행된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이라크 문제에 할애하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무장 해제의 필요성과 이라크 결의안 유엔 통과의 당위성을 거듭 역설했다. 또 그는 의회가 시급하게 처리할 최우선 과제로 국토안전보장부 설치를 꼽으며 초당적 지지를 당부했다.
이 두 현안에 대한 강조는 부시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취할 대외 및 대내 정책의 방향을 함축하고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국제질서의 지배와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미국민 및 국토의 안전을 지켜내는 일은 2년 후 대선에서의 재선을 염두에 둔 부시가 설정한 가장 긴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다.
부시의 이런 의제 설정은 곧 미국의 국가이익에 기초한 공화당 보수파의 세계 지배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게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부시는 중간선거의 승리를 통해 대 테러전 수행의 전권을 위임받은 데 이어 8일에는 유엔안보리 결의로 이라크 무기사찰을 위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여 이러한 목표에 다가설 수 있는 국내외적 기반을 다지게 됐다.
스탠퍼드대 루이스 프레이거 교수는 이와 관련, "앞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은 점점 더 한쪽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번 선거의 승리는 공화당이 향후 몇 십년 간 미국의 '아젠다'를 결정하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시는 그동안 상원 민주당 의원들의 견제를 받았던 국토안보부 설치안에 대해 내년 1월 시작하는 107차 의회 개원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12일부터 열리는 이번 의회의 레임덕(임기말) 회기 중에 처리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집권 후반기의 국가 의제들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부시의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했다고는 하나 민주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제어할 수 있는 60석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집권 후반기에 이를수록 국민들의 견제 심리가 작용할 여지도 있다. 특히 미국의 일방적 독주가 계속될 경우 국제적 반발의 강도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부시의 성공 여부는 대 테러전 확대의 명분과 국내외로부터 예상되는 반발을 얼마나 조화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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