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양숙 글·그림 마루벌 발행·8,800원낯선 환경에서 새 친구들과 어울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처음 들어간 유치원에서, 새롭게 바뀐 학년의 새 교실에서, 전학간 학교의 교실에서 그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난다.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최양숙(35)의 '내 이름이 담긴 병'은 미국으로 이민간 은혜가 얼굴 생김새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생각이 다른 그곳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간결한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는 그림책이다.
새 학교에 가는 첫날, 은혜는 걱정과 기대로 마음이 두근거린다. 버스 안에서 미국 친구들이 은혜의 한국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은혜는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이름 때문에 고민에 빠진 은혜는 같은 반 친구들 앞에서 "아직 이름을 못 정했어. 다음에 알려줄게"라고 말한다. 미국 친구들처럼 영어 이름을 가져야 할지 고민하는 은혜에게 같은 반 친구들은 이름을 적어넣는 유리병을 건네준다.
친구들은 매일 은혜의 영어 이름을 종이에 적어 하나둘씩 병에 넣어주고 서로 자신이 적어준 이름을 고르라고 한다. 은혜는 할머니와 엄마가 지어준 이름과 친구들이 지어준 이름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날, 유리병이 없어진다. 며칠 전 슈퍼마켓에서 만난 같은 반 친구 조이가, 은혜라는 이름에 '베푼다'는 뜻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일부러 치워버린 것이다. 병이 사라진 교실에서 은혜는 칠판에 'Unhei, 은혜'라고 자신의 이름을 영어와 한글로 쓰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희들이 지어준 예쁘고 재미있는 이름들이 다 좋아. 하지만 원래 내 이름을 다시 쓰기로 했어. 내 한국 이름은 특별한 뜻이 있거든. 은혜를 베푼다는 뜻이지."
작가는 재미 한국인의 정체성을 잔잔한 목소리로 나타내면서도, 미국의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화합해야 한다는 뜻을 이 동화에 담고 있다. 그의 일러스트는 친근감이 들면서도 약간은 이국적이다. 상명여대를 졸업한 작가는 1991년 도미, 미대를 졸업하고 뉴욕시각예술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그림책을 쓰고 그려왔다. 이 책은 올해 국제독서협회 선정 교사가 선택한 책, 시카고공립도서관 선정 최우수 그림책, 미국서적상협회 선정 어린이가 선택한 책 등으로 뽑혔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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