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03년도 수정 예산안은 지역민원 끼워넣기와 정권말기 여야의 예산 나눠먹기에 따른 '누더기 예산'의 구태를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수정안에 따르면 국회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쳐 정부가 제출한 183조1,000억원의 0.13%에 불과한 2,440억원을 순삭감하는데 그쳤다. 정부안 자체가 긴축성 예산이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순삭감 규모는 지난해의 28%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역민원성 SOC 예산 대폭 증액
예산안 계수조정소위(위원장 홍재형)에서는 시민단체 등의 격렬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같은 밀실심의로 지역구 사업을 끼워넣은 등 막판 '새치기'가 극심했다.
소위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4,532억원, 농어촌 지원에 2,189억원, 교육·문화·복지 사업에 1,470억원 등 모두 9,860억원을 증액했다.
이 가운데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건설사업(250억원)과 대구유니버시아드 개최지원 추가예산(100억원), 울산공단 완충녹지 조성(19억원) 등은 정부안은 물론 상임위와 예결위안에도 없던 막판 '민원예산'이다. 이 같은 예산증액은 50여건에 달한다고 예산처 관계자는 지적했다.
이밖에 신갈∼동탄도로 등 국가지원 지방도로 건설 추가예산(300억원), 부산∼김해 경량전철(30억원), 경부고속도로 경주∼언양, 동광주∼고서 건설사업(200억원) 등 15건은 예결위에서 새로 배정된 예산항목이다.
대선 등을 감안한 한나라·민주 양당이 상호 묵인한 '담합심의'도 재현됐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제기한 호남선전철화사업(4,594억원)과 남북협력기금(3,000억원), 전남도청 이전비용(372억원) 등의 원안 통과에 협조하는 대신,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강력 요청한 부산신항(444억원), 김해공항 확장 2단계사업(300억원), 부산지하철 3호선 사업(498억원) 등의 원안 처리를 묵인했다.
양당은 또 교원처우개선을 위한 담임수당 예산 등 486억원을 추가 배정키로 했다.
한편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예산으로는 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위한 국민주택기금 예산이 2,225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20세 이상 무주택 가구주가 처음으로 집을 구입하는 경우 집값의 70%, 또는 7,000만원 이내에서 연리 6%로 대출할 수 있는 재정이 그만큼 늘어났다.
■쌀소득보전 직불예산 등 삭감
지역 SOC사업 예산이 증액된 데 따라 다른 항목에서 모두 1조2,300억원이 삭감됐다.
민자유치 활성화 지원사업에서 3,340억원, 공무원연금 부담금 740억원, 공무원 퇴직수당 부담금 450억원도 깎였다. 또 쌀소득보전 직불제 예산 600억원을 비롯해 경로연금, 자활후견기관 운영, 사회복지관 운영, 만 5세 보육료 지원사업 등에서 모두 1,000억원이 삭감되는 등 적지않은 민생관련사업 예산이 '선심성 예산'의 후순위로 밀렸다.
한편 당장 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예비비 2,200억원, 재해대책 융자금 479억원이 각각 줄어 내년에 홍수나 가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추경예산 편성부담이 그만큼 늘게 됐다. 국가정보원 예산은 100억원 줄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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