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중국 공산당의 제16차 전국대표대회(16대)가 2,000여 명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1주일 간 일정으로 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했다. 이번 16대에서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3세대 원로 지도자들이 물러나고 후진타오(胡錦濤) 부주석을 정점으로 한 4세대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중국 권력구도의 전면 개편이 이뤄진다.또 자본가 입당을 계기로 노동자와 농민을 기반으로 한 80년 역사의 중국 공산당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고돼 중국은 물론 전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리펑(李鵬) 전인대(의회) 상무위원장의 개막 선언에 이어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및 총서기는 59쪽, 2만여 자에 달하는 '소강사회(小康社會·여유있는 생활 수준의 사회)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중국 특색을 가진 사회주의의 새로운 국면을 창조하자'는 제목의 개막 보고를 통해 중국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중국은 2020년까지 2000년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4배의 경제 규모를 달성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선진 생산력과 선진 문화, 노동자와 농민의 이익을 당이 대표하는'3개 대표' 이론을 관철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양안 관계 발전과 평화통일 촉진을 위해 대만의 정당들 및 정계 인사들과 의견을 교환할 용의가 있다"며 양안 간 대화와 협상 재개를 대만측에 촉구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江 주석이 양안 관계에 대해 종전보다 온건한 어조로 언급,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과의 직접 회담 가능성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9일부터 분임토의를 거쳐 폐막 다음날인 15일에는 제16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6기 1중전회)가 열려 총서기,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원, 서기처 서기 등 차세대 지도자를 선출한다.
이날 대회는 정복·사복 공안 수 만 명이 베이징 거리 전체에 배치된 가운데 베이징 주재 외국 특파원의 차량을 집중적으로 미행하고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시와 단속을 벌이는 등 삼엄한 경비 속에 치러졌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창립선언을 한 1921년 제1차 대회 이후 줄곧 지켜져 오던 비공개 원칙을 깨고 처음으로 개막일과 장소를 사전 공개한 가운데 진행됐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 장쩌민 개막 연설 "16大에의 보고" 요약
▶집권 후 13년 간의 업무 경험
15대 이후 지난 5년 간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했으며 개혁·개방이 풍성한 성과를 거둬 인민 생활이 살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사회주의 민주정치와 정신문명 건설 효과가 뚜렷했고 국방, 군대 건설, 외교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지난 13년 간 덩샤오핑(鄧小平) 이론을 중심으로 부단히 이론을 창신해 왔으며 개혁·개방을 견지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완전하게 만들어 왔다. 또 사회주의 민주정치를 발전시키고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을 함께 추진하는 한편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방침을 견지했다.
▶3개 대표 중요 사상의 전면적인 관철
이 사상을 관철하여 전체 당이 시대정신과 함께 나아가는 정신상태를 유지하게 하고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이론을 개척한다. 발전을 당의 정치·행정 집행과 국가부흥의 제1요구로 삼아 현대화 건설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나간다. 모든 적극적인 요소들을 동원하여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하여 새로운 역량을 증가시킨다. 개혁의 정신으로 당 건설을 추진해 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소강사회(小康社會) 건설 목표
21세기 20년 간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기로 역량을 집중해 10억 인구에 혜택이 돌아가는 소강사회를 전면적으로 건설한다.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효율을 높여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을 4배로 늘리고 종합국력과 국제경쟁력을 증진시킨다. 전 민족의 도덕, 과학, 문화 소질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며 보다 완전한 국민교육 및 의료위생 체계를 만든다.
▶경제 개혁
정보화가 공업화를 이끌고 공업화가 정보화를 촉진하는 새로운 공업화의 길을 걷는다. 농촌경제를 전면적으로 번영시키고 도시화 과정을 가속화한다. 서부 대개발을 적극 추진하며 경제제도를 완전하게 만들고 국유재산 관리체제 개혁을 심화한다. 현대적인 시장체계를 완성하고 거시경제 통제를 강화하며 분배제도 개혁을 심화하고 사회보장체계를 보완한다. 외국 자본 유치와 중국 기업의 외국 투자와 수출을 장려하며 취업 기회를 늘려 인민생활을 개선한다.
▶정치 개혁
사회주의 민주제도를 견지해 완성하고 사회주의 법제 건설을 강화하며 당의 영도 방식과 정치·행정 집행 방식을 개혁해 완전하게 만든다. 정책결정 체제와 행정관리체제 개혁을 심화하고 사법체제 개혁을 추진한다. 간부인사제도를 개혁하고 권력에 대한 제약과 감독을 강화하며 사회안정 유지에 노력한다.
▶한나라 두체제(一國兩制)와 조국통일
중국과 대만이 1개 국가라는 한나라 두체제 원칙 하에 일부 정치적인 논쟁들을 잠시 제치고 조속히 양안 간 대화와 협상을 재개할 것을 대만측에 촉구한다. 우리는 평화통일을 원하고 있으나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 중국 인민은 어떤 자가 어떤 방식으로도 중국에서 대만을 따로 떼어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대만 문제는 무기한 연기할 수 없다.
▶국제정세와 외교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 정치·경제 질서가 확립돼야 하며 국제정세가 어떻게 바뀌어도 중국은 독립 자주의 외교정책을 견지한다. 중국 외교는 세계 평화를 촉진하고 공동 발전을 모색한다. 모든 방식의 테러주의를 반대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해 테러를 막고 테러주의 탄생의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
■키워드 / 소강사회
'소강사회(小康)사회'란 의식주와 소비에서 넉넉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사회를 의미한다. 중산층 위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소강사회의 전 단계는 '온포(溫飽)사회'로 배불리 먹고 살 만한 사회를 뜻한다. 이들 용어는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 당시 발전 목표를 제시하기 위해 공자의 논어(論語)에서 끌어왔다. 공산당은 1990년대 중반 중국이 온포 단계에 도달, 부분적인 소강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21세기 중반까지 전면적인 소강사회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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