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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절반"을 살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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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절반"을 살리는 길

입력
2002.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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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맞추어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는 여성노동 관련 3법(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이 개정된 지 만 1년이 되었다.산전후 휴가기간이 90일로 확대되어 모성보호가 강화되고, 출산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 신설로 지금까지 개인의 부담으로 되어온 임신·출산·육아의 문제가 사회분담화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또한 남녀고용평등법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고, 직장과 가정의 양립지원, 간접차별의 구체화와 사업주의 성희롱금지 의무를 신설하는 등 고용평등 실현을 위한 제반제도도 정비되었다.

하지만 고용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직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육아휴직 활용이 아직 저조하고 결혼·임신·출산 등을 이유로 퇴직하는 사례도 많다. 모집·승진·임금 등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고, 아이들의 육아문제는 여성이 경제사회 활동을 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추세가 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신입사원의 30%를 여성으로 채용하는가 하면, 여성관리자 비율 30%를 목표로 정한 기업도 있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공무원 채용이나 공기업 사원 채용시 여성채용 목표제와 할당제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모성보호 취약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육아휴직의 활성화를 위한 급여의 인상과 대체인력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이다.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회의 인프라를 갖추지 않고는 경제성장도 지장을 받게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출산율 저하가 지속되고 인구의 고령화가 현 추세대로 진행되면 이제 노동시장 여건상 기업이 경쟁력확보를 위해서는 여성인력 활용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편견때문에 절반의 역량을 포기한다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경우 매년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에 비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0%포인트 이상 낮음을 볼 때 우리 나라 여성인력이 얼마나 저활용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여야 할 정책방향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지난해의 법개정 내용이 산업현장에 완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행정 역량을 집중해나가고, 둘째, 시장기능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모성보호 제도와 성차별 문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업훈련과 취업알선 강화를 통해 여성인력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이고 주 5일 근무제가 여성의 고용확산으로 연계되도록 해나가야 한다.

또한 여성들의 직업생활을 돕기 위하여 여성을 차별하는 조직문화와 관행을 바꾸고 여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으로써 직장분위기를 양성 평등적으로 바꾸는 일은 사회 구성원인 우리 모두가 해나가야 할 일로 생각된다.

가정에서도 가사와 육아 문제에 남성들이 좀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 가장의 권위를 유지하면서도 양성 평등적인 가정분위기는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으리라 본다. 우리 나라 남자들이 요즘 젊어서는 힘들게 돈 벌어오고 결국 말년에는 부인과 아이들로부터 소외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는데, 이유야 많겠지만 직장일을 우선시하고 가정에는 관심을 덜 기울인 원인이 컸으리라 생각한다.

직장과 가정생활은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좀더 이루어져야 한다. 여성과 남성 그리고 직장과 일이 잘 조화될 때만이 직장, 가정, 사회 모두 가장 건전한 균형과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한다.

방 용 석 노동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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