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때문에 회기를 단축 운영하고 있는 정기국회에서 의결정족수가 모자라 본회의가 산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바람에 7일 본회의 처리 예정이던 76건의 안건 중 48건만이 처리됐다. 2시간 만에 48건의 안건을 2분30초만에 한건씩 벼락치기로 처리했으나, 의원들의 무더기 이석 사태로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137명)가 미달돼 버린 것이다. 의장대신 사회를 맡은 김태식 부의장이 정회를 선포하고 총무단과 국회 직원들이 의원들을 찾으러 다니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20여분간 아무리 찾아도 70여명밖에 모이지 않아 결국은 산회해야 했다.본회의에 앞서 법사위는 63개 의안을 하루에 일사천리로 처리했고, 예결위는 밀실회의를 거듭하며 예산 나눠먹기에 열을 올렸다. 한나라당은 마치 집권이라도 한양 상임위에서 선심성 예산을 증액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고, 민주당은 난파선의 모습으로 국회같이 '사소한 일'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다. 의원들의 촉각은 오로지 대선에만 쏠려있다. 대세론에 줄을 서야 하고, 살길을 찾기 위해 쉴새 없이 좌고우면을 하고 있다. 민생과 법안이 안중에 있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본회의장은 썰렁하지만 하루에도 몇 건씩 열리는 후원회장은 북적댄다.
의원들이 법안처리를 외면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게을리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나 개인회사 같으면 여지없는 징계감이다. "이의 없습니까"와 "예" 마저도 못하는 국회는 무용지물이 아니라 유해(有害)지물로 치부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차라리 없느니 만 못하다"는 비난을 받아도 싸다.
국민들은 다음 선거때 16대 의원들이 얼마나 직무에 태만했는지를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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