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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반란 / "기상이변, 인간의 탓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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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반란 / "기상이변, 인간의 탓만은 아니다"

입력
2002.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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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베스트르 위에 지음·이창희 옮김 궁리·1만 2,000원전세계의 기상 이변은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위협하고 있다. 폭풍 태풍 홍수 가뭄 등 통제불능의 기상이변을 겪을 때마다 수많은 분석이 나온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긴급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도 빠지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뿜어내 지구를 갈수록 덥게 만들고 있는 인류에게, 더 이상 무덤을 파지 말고 미래를 구할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이런 외침은 꽤 설득력있게 들린다.

그러나, 이 책 '기후의 반란'(2000년)은 그런 진단이 지나치게 단순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구 자체가 워낙 변화무쌍하므로, 모든 변화의 원인을 지구 온난화와 인간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잘못도 물론 인정하지만, 빙하 바다 태양 등 기후에 작용하는 여러 요소들을 두루 살펴 연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당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이런 태도는 기상 이변이 닥칠 때마다 "큰일 났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에서 15년간 과학 담당 기자로 일한 지은이 실베스트르 위에는 폭넓은 취재를 바탕으로 지구 기후의 과거와 오늘, 미래를 차분하게 말하고 있다. 대기 오염에 따른 지구 온난화 뿐 아니라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 바다의 역할,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 변화, 태양의 활동 주기 등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하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기후 연구 현장의 생생한 기록이기도 하다. 남극과 북극의 얼음 속을 파고 들어가 40만 년에 걸친 기후의 역사를 파헤치거나, 대서양의 한 섬에서 멀리서 운반되어온 돌조각을 통해 몇 만 년 전 빙하의 움직임을 추측하고, 2100년의 지구 모습을 그린 지도를 내놓고 미래의 기후를 예측하는 등 기후 변화를 추적해온 많은 과학자들의 고군분투를 성실하게 전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기후의 수수께끼를 풀려고 노력해온 과학의 성과와 더불어 한계를 확인하게 된다. 기후학은 지난 15년간 많은 발전을 이룩했지만 동시에 기후 변화에 대응할 처방전을 포기했다. "현상황에 대한 진단도 부정확하고, 예측도 가정일 뿐이며 치료약이 있다 해도 투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후학자 에르베 르 트뢰는 "지금부터 100년 후 기후 변화 확률은 100%다. 그러나 얼마나 빨리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는 모른다"고 토로하면서 "(그러나) 지금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100년 후 기후 변화는 완전히 통제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인간의 책임을 생각하게 된다. 좀 더 겸손하고 진지하게 기후를 연구하자, 더 이상의 파괴를 막는 쪽으로 문명을 개조하자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최종 메시지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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