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경찰의 박종철(朴鍾哲)군 고문치사 사건 이후 15년 만에 수사기관의 물고문 공포가 재연됐다.대검 감찰부가 8일 밝힌 살인사건 피의자 박모(28·구속)씨에 대한 물고문 상황은 충격적이다. 수사관들은 박종철씨에게 행해진 '욕조 밀어넣기' 방식이 아닌, '사고' 후에도 폐 조직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호흡곤란에 의한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수건 물 붓기' 방식을 택했다.
경기 파주 폭력조직 S파 조직원인 박씨는 숨진 조모(30)씨와 함께 1999년 경쟁조직원을 회칼로 살해한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지난달 25일 서울지검 강력부에 압송됐다. 검찰 수사관 채모(40·8급·구속)씨와 파견경찰관 홍모(36·구속)씨는 26일 0시께 본격조사를 시작하면서 박씨의 기를 꺾기 위해 곧장 물고문에 들어갔다.
수사관들은 특별조사실에서 박씨의 손을 등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운 뒤 상반신은 화장실 공간에, 하반신은 조사실에 위치하도록 바닥에 눕혔다. 이들은 박씨의 얼굴에 흰 수건을 덮고 한명이 박씨 위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누른 사이 다른 한명이 세면대에서 바가지로 물을 받아 박씨의 얼굴로 들이 부었다. .
박씨에 따르면 물고문은 이날 새벽 1시까지 3, 4차례에 걸쳐 총 10분 동안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실신했다. 박씨의 트레이닝복 상의는 흠뻑 젖어 7시간 뒤 다른 이에게 목격됐을 때까지도 채 마르지 않았다.
법조계 인사는 "이런 물고문을 당하면 코와 입이 완전히 막혀 끔찍한 호흡곤란이 오면서 순간적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엄습하게 된다"며 "옛날 군사독재 시절부터 기선 제압용으로 자주 사용된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관들은 물고문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박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있다"며 "박씨 변호인 등 믿을만한 참고인 3명도 박씨의 진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박씨 외에 사망한 조씨 등 다른 피의자들은 물고문을 당한 흔적이 없다고 밝혔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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