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리 슈에즈만 지음·김서정 옮김 크레용하우스 발행·7,500원벨기에 작가 빌리 슈에즈만의 '잘 가라, 내동생'은 동화로는 드물게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죽음의 의미와, 슬픔 속에서도 어렵게 죽음을 극복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렸다.
열 살 꼬마 벤야민은 어느날 심장마비로 세상을 뜬다. 영혼으로 남은 벤야민은 그러나 죽음이 무엇인지 모른다. 벤야민은 하늘나라로 올라가지 않고 대신 병원을 돌아다니며 슬퍼하는 가족에게 뭐라고 말을 건네기도 한다.
어느날 벤야민은 자기처럼 이미 세상을 떠난 피엔체 할머니를 만나고 할머니 손에 이끌려 영혼들이 모여서 여는 축제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벤야민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뒤 하늘나라로 가지 못하고 6년 동안이나 가족 곁을 서성이는 친구 쿠르트를 만난다. 자기를 잃고 인생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쿠르트를 보며 벤야민도 가족걱정이 많다.
그러나 가족은 다행스럽게도 벤야민의 죽음을 조금씩 이겨나간다. 슬픔을 마음 속에 간직하면서도 가족여행을 떠나고, 벤야민의 열한번째 생일날 마치 벤야민이 살아있는듯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축하한다. 누나 에스터는 벤야민이 즐기던 연 날리기를 한다. 벤야민의 영혼은 연을 꼭 붙잡고 있다. 에스터는 그때 "잘 가라, 내 동생" 하고는 실을 놓는다. 연이 하늘로 점점 높이 올라가고, 벤야민의 영혼도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면서 함께 하늘로 올라간다.
슬픔을 이겨내고 화목하게 살아가려는 엄마 아빠 누나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벤야민의 고운 마음은 아이들에게 죽음을 마냥 두렵고 고통스럽게만 생각하지 말도록 은연중에 가르친다. 초등학교 고학년용.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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