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최대 변수는 후보 단일화다. 후보 단일화는 노무현·정몽준 쪽만 있는 게 아니다. 진보세력의 후보 단일화가 노·정 단일화보다 짜임새있게 추진되고 있고, 성사 확률도 높다. 노동계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한국노총을 기반으로 최근 창당한 민주사회당이 단일화 협상을 시작했다.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와 민사당의 이남순 후보는 단일화를 성사시킨 뒤 사회당의 김영규 후보와의 2차 단일화도 시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사회당은 사회주의자 임을 표방하는 운동가 중심의 진보정당이다.■ 진보세력은 후보 단일화에 머물지 않고, 두 당을 하나로 묶어 단일 정당을 출범시키는 화합적 통합도 계획하고 있다. 통합 제의는 3일 창당한 민사당으로부터 먼저 나왔다.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대표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남순 후보는 노동계 단일정당 건설을 위한 민노당과의 협상을 제의했고, 협상대표 명단 3명을 민노당에 공문으로 보냈다. 한 정당이 출범하자마자 자신들의 해체를 전제로 다른 당과의 통합을 제의한 것은 무척이나 이례적이다. 민노당도 흔쾌히 이 제의를 받아들였다. 민노당 대변인은 "민사당의 단일정당 제의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 두 당의 통합 움직임에 대해 사회당은 시큰둥하다. 사회당은 김영규 인하대 교수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해놓고 있다. 민노당은 한때 사회당과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사회당측은 "노선과 정책에 차이가 있어 현 시점에서 후보 단일화나 합당은 생각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 진보세력의 단일화는 반(反)이회창을 고리로 한 노·정의 후보 단일화 보다 훨씬 성사 가능성이 높다. 우선 협상에 임하는 측이 마음을 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념과 정책에서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도 도움이 된다.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단일화 협상에 나서는 민주당측과 정몽준 의원측이 벤치마킹해야 될 부분이 아닌가 싶다. 1987년 민주세력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도 불구, 김대중·김영삼 두 김씨가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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