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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화를 희망한다 / 세상을 바꾼 "녹색의 잔다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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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화를 희망한다 / 세상을 바꾼 "녹색의 잔다르크"

입력
2002.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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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라 파킨 지음·김재희 옮김 양문 발행·9,800원2002년 9월 22일, 독일 총선에서 사민당과 녹색당의 좌파연정이 또다시 승리를 거두었다. 환경보호와 반전운동을 기반으로 하는 녹색당은 이 선거에서 창당 이후 최고 득표율인 8.6%를 기록하며 제 3당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독일 녹색당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 저변에는 페트라 켈리(1947∼1992·사진)라는 걸출한 여성의 흔적이 짙게 남아있다.

'현실을 바꾼 이상주의자' '녹색운동의 잔 다르크' 독일 녹색당의 창시자인 페트라 켈리의 불꽃 같은 생애를 다룬 '나는 평화를 희망한다'가 출판됐다. 1970년대 페트라 켈리와 함께 유럽에서 환경운동을 주도한 영국의 새라 파킨이 썼고 페미니스트 계간지 이프의 편집위원 김재희씨가 번역했다.

1983년 의사당에 청바지 차림으로 동료 의원들과 화분에 물을 뿌리며 등장한 후 1992년에 자택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까지 켈리는 언제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페트라 켈리, 서독'이라고 해도 그에게 편지가 갔을 정도로 대처 전 영국수상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이었다.

독일 바이에른에서 출생한 켈리는 정치와 사회에 대한 남다른 식견과 자질을 보이며 성장했다. 미군 장교와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후 그곳에서 대학을 다니며 인종차별, 냉전시대의 쿠바 사태, 구소련의 무력 앞에 무너진 프라하의 봄을 목격한다. 그 후 로버트 케네디, 휴버트 험프리 등의 선거운동에 참여하며 현실정치를 배운 그는 독일로 돌아온 후 유럽공동체, 환경보호전국연합, 사민당 등에서 활동했다.

1979년 환경 인권 평화를 기치로 내걸며 기존의 낡은 정당을 반대하는 녹색당을 창립하고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선 켈리는 1983년 27석을 확보하며 독일 연방의회로 진출한다. 이때 고르바초프, 호네커 등을 면담하고 동시에 동독 인권투쟁을 지원, 독일 통일에 기여하기도 했다. 비결은 단순했다. 항상 켈리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것'이라는 신념으로 불의에 저항했고 말과 행동이 일치했으며 열정적이었다고 이 책은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켈리의 이러한 '녹색' 이념과 행보는 단순히 '환경보호'와 같은 협소한 의미나 투쟁적인 여전사의 모습으로 국한되지는 않는다. 달라이 라마와 함께한 티베트독립투쟁, 그를 샨테 와시데(착한 마음의 여자)라고 부르는 인디언들, 동생이 원자력발전소 근처에 살다가 암으로 죽은 경험에서 비롯된 반핵운동과 녹색당 내부문제로 인한 가슴 아픈 사연은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오랜 연인이자 정치적 동반자인 전 나토사령관 게르트 바스티안과의 관계와 켈리의 죽음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바스티안이 켈리를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공식발표됐지만 저자는 KGB나 무기밀매상의 음모설, 동독 비밀경찰 연계설 등도 소개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켈리가 어떻게 죽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가 아닐까. 독일 뷔르츠부르크에 있는 그녀의 묘비에는 '내 무덤 가에서 가던 길 멈추고 울지 말기를. 나는 이곳에 있지 않으며 잠들어 있지도 않습니다'라고 쓰여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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