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안보이네. 어디에 있지?”오늘 한국일보 ‘책과 세상’을 펼쳐 본 독자 가운데는 베스트셀러 표가 빠졌다며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은 실수로 빠뜨린 것이 아니라 일부러 없앤 것입니다. 1등 하던 책이 2등 하고 2등 하던 책이 1등 하고 하는 식으로 몇몇 책이 등수를 바꿔가며 몇 달째 혹은 그 이상 베스트셀러 자리를 채우고 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의 소개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요. 다를 바 없는 등수를 매주 소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어쩌다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새 책이 있으면 거의 MBC TV의 ‘느낌표’에 소개된 것이었습니다. 자력으로 다른 책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한때는 출판사가 자기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사재기 추태를 보인 적도 있지 않습니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출판단체와 일부 대형서점 등이 베스트셀러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기관이 됐던 그 집계가 공인받은 것이 아닌데다 출판 유통 구조상 그 책이 독자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발표 기관마다 베스트셀러 등수가 조금씩 다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지요.
지금 출판계는 책을 잘 팔리는 것과 팔리지 않는 것으로 대별하고 있습니다. 잘 팔리는 책 대부분은 ‘느낌표’에 소개된 것입니다. MBC는 “우리 프로그램의 위력이 대단하다”며 즐거워할지 모르지만 출판계는 이 프로그램이 독서 문화를 왜곡했다며 원망합니다. ‘느낌표’가 형편없는 책을 소개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프로에서 소개한 책 말고도 공들여 만든 책이 얼마나 많은지는 MBC 관계자들도 다 알 것입니다. 파이(도서시장 전체)를 키웠다는 자신감만 앞세울 때는 지났습니다.
기자가 아는 어느 출판인은 “독자들이 ‘느낌표’에 소개된 책만 찾으면서 다른 책의 판매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며 “‘느낌표’가 우리 출판사 책을 소개하겠다고 제의하면 과감히 거절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방송을 타는 그 순간 베스트셀러가 보장되는데도 말입니다.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소리 소문 없이 오랫동안 독자의 사랑을 받는 책이 많습니다. 저희는 요지부동 베스트셀러 등수를 독점하고 있는 책을 알려주느니 작지만 그래도 독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안겨드리려고 합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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