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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홍명보, 세계를 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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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홍명보, 세계를 품어라

입력
2002.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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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정말 쓸 만한 친구를 찾았습니다."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을 앞두고 젊은 피를 찾아 나서던 때다. 나는 89년 가을 홍명보의 플레이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수비 꽤나 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당시 고려대 3년이던 홍명보는 개인기가 뒤지는 여느 수비수와 달리 기술이 뛰어났다. 고교시절 미드필더를 지낸 덕분인지 경기를 읽는 눈과 볼 센스, 패싱력도 발군이었다.

국가대표 트레이너였던 나는 방송국에서 홍명보의 경기를 담은 비디오를 구해 이회택 감독과 이차만 코치에게 보여줬고 코칭스태프도 크게 만족했다. 별로 말이 없는 이 감독이 "당장 써 보자"고 말했을 정도다. 그렇게 해서 홍명보는 월드컵 예선전을 치러보지도 않고 본선에 직행했다.

홍명보의 진짜 축구인생은 이때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포항 코치 시절 그를 스카우트했고 홍명보는 95년 프로축구 선수 최초로 연봉 1억원을 돌파하는 등 눈부시게 커나갔다.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리더십과 포용력도 대단하다. 자기관리도 철저하다. 20대 초반에는 술을 자주 마셨지만 지금은 절제를 한다.

그런 홍명보가 미국프로축구(MLS) LA갤럭시 행을 택했다. 사실 우리 세대만 해도 국제축구무대에서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홍명보는 또 잉글랜드에서 코칭스쿨에 다닐 계획이라고 했다. 축구행정과 외교는 물론 정통이론을 닦아 유소년축구부터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따지고 보면 홍명보는 우리 축구계에서 처음으로 선진축구를 제대로 배우게 될 선수라 할 수 있다. 나도 네덜란드에서 뛰면서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체계적인 지도자 수업은 받지 못했다. 스타 출신이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90년 1월 태극마크를 단 홍명보는 그만큼 남다른 경험을 쌓은 게 틀림없다. 홍명보도 "선수시절만큼 땀을 쏟는다면 지도자로도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홍명보가 선배들을 뛰어 넘어 거스 히딩크 감독 반열에 들 만큼 거듭나기를 바란다.

/전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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