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가리봉역에서 공단 5거리로 이어지는 일명 '구로 패션 타운'. 공단을 연상케 하는 물류 창고형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고, 각 건물에는 할인율을 표시하는 대형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외관상으론 각종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분위기를 풍기지만 건물 안에 빼곡히 들어선 매장에 들어가는 고객들은 예상 외로 저렴한 가격대에 놀라게 된다. '캐시미어 30%가 포함된 65만원짜리 닥스 신사 정장 28만원', '정상가 47만원의 오리털 파카 점퍼가 23만5,000원'…
동절기 취업 시즌이 다가 오면서 신사·숙녀 정장을 구입하는 예비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2∼3년 전부터 신사·숙녀 정장류는 고급화 추세가 뚜렷해 웬만한 브랜드 신사 정장은 최저 40만원에서 최고 100만원을 호가한다. 이런 비용 부담 때문에 정장 구입을 망설이는 소비자들은 한번쯤 상설 할인 매장을 이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 곳에선 고급 신사·숙녀 정장 의류를 정상 판매가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상설 할인매장은 옛 구로2 공단 부근인 '구로 패션 타운'. 이곳에는 '닥스', '피에르 가르뎅', '니나리치', '인터크루' 등 수입 브랜드에서 '이신우', '캠브리지 멤버스', '빈폴', '마에스트로', '잔피엘' 등 국내 유명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국내에 유통되는 전 브랜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이곳에 밀집해 있는 매장 수는 약 50여개, 브랜드 수는 무려 300여개에 달한다.
취급하는 제품은 대개 출시된 지 1∼2년 된 재고 정장들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팔다 남은 재고만 취급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곳에는 백화점에 출고 당시 가격대가 높게 책정돼 안 팔렸거나, 과다하게 생산되는 바람에 '억울하게' 재고 취급을 받게 된 고급 의류들이 의외로 많다. 따라서 부지런히 발 품만 팔면 싼 값에 '대어'를 낚을 수 있다.
국내 의류의 유통 과정을 살펴보면 이곳에 진열된 제품들이 재고 취급을 받기에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그 해 겨울 동복은 10월초부터 백화점에 '신상품'이라는 딱지를 달고 출시된다.
이 제품들은 11월초까지 정상가로 판매되다 11월말이 되면 각종 세일 행사를 통해 20% 정도 가격이 떨어진다. 그러다 12월말이 되면 봄 신상품에 밀려 본사 물류 창고로 들어가게 된다. '신상품' 대우를 받는 시기가 2개월 가량에 불과한 것이다. 물류 창고에 보관된 소위 재고품들은 이듬해 10월경 전국 상설 할인 매장으로 옮겨져 할인 판매된다.
따라서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신사 정장이나 코트류는 상설 할인 매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제로 상설 할인 매장 매출의 50%가 신사 정장류다. 매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출시된 지 1년된 제품은 40%, 2년된 제품은 50%, 3년 이상된 제품은 60∼80%까지 할인 판매한다.
그러나 상설 할인매장은 인기 모델이나 평균 사이즈 제품은 재고가 부족해 일찍 바닥이 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보통 남성 의류는 허리 34∼36인치, 여성 의류는 66사이즈를 찾기가 쉽지 않다.
각 할인 매장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무료 수선, 상시 교환 및 반품 등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버금가는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옷이 한 두 사이즈 정도 큰 경우 현장에서 무료로 크기를 줄여 준다.
할인 매장은 구로타운 외에 서울 송파구 문정동과 목동 로데오 거리 일대, 분당 일산 부천 등 신도시 부근, 그리고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제주 등 전국 대도시에 대부분 들어서 있다.
상설 할인매장의 한 관계자는 "단지 출시된 지 10개월 정도 지난 모델이라는 점만 감수한다면 오히려 싼 값에 최고급 원단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틈새 시장"이라며 "인기 제품은 재고가 일찍 소진되므로 전년도 신제품이 출시되는 시즌 초에 나와야 자신에 맞는 사이즈나 디자인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