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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아름다운 키스/쓸만한 남자도 없는데 차라리 여자랑 사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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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아름다운 키스/쓸만한 남자도 없는데 차라리 여자랑 사귈까

입력
2002.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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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종종 애인이 차라리 여자였으면 할 때가 있다. 남자가 너무나 자기 속을 몰라주기 때문. 이를테면 왜 이 붉은 립스틱이 저 불그스름한 것과 다른지 이해하지 못할 때다. 주위에 괜찮은 여자는 많은데 쓸만한 남자는 없는 것 같다. 느끼하거나 저질이거나 '쫀쫀'하거나, 그도 아니면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벽창호. 차라리 여자를 사귀지.'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그런 생각을 실천에 옮긴 한 여자에 관한 코미디이다. 제시카(제니퍼 웨스트펠트)는 뉴욕에서 기자로 일하는 유대계 여성. 릴케의 팬이며 그림에도 재주가 많고 고집쟁이지만 아니다 싶으면 포기할 줄도 안다. 서른이 다 되자 집에서는 시집을 가라고 성화지만, 도무지 마음에 맞는 남자가 없다. 어느날 신문에 릴케의 시로 구애한 헬렌(헤더 예르겐슨)의 광고를 보고 혹시 이상형일까 싶어 만나지만 헬렌은 남자 동성애 커플과 갤러리를 운영하며 다양한 경험을 위해 여자 파트너를 찾던 중이었다.

만날 때는 반대로 만나야 좋다던가. 고지식하고 생각이 많은 제시카와 자유분방하고 몸이 먼저인 헬렌은 립스틱과 옛날 남자이야기를 하며 금세 친구가 된다. 그리고 조금씩 더 가까워지기로 한다. 밀고 당기며 연애의 정점인 섹스를 향해 한발씩 다가설 즈음, 커밍아웃 문제가 불거지고 제시카의 옛 애인이자 직장 동료인 조쉬(스콧 코헨)가 연애를 하며 몰라보게 예뻐진 제시카에게 다시 다가온다.

'동성애를 웃음의 소재로 삼다가도 결국은 뻔한 이성애로 끝나고 말겠지'라고 지레 짐작할 필요는 없다. 영화는 처음 두 여자의 관계를 그려내듯 유쾌하고 빠르게 세 사람에서 두 사람, 다시 한 사람으로 초점을 맞춘다. 보면 볼수록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상대가 누구냐 이전에 어떻게 관계를 풀어가느냐의 문제라는 명쾌한 결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릴케의 말대로 "모든 걸 감수할 준비가 된 자만이 살아있는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할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르면서도 익숙한 웃음의 공식에서 아주 벗어나 있지도 않은 기분 좋은 12억원짜리 저예산영화. 작가 워크숍에서 만난 두 주연 여배우가 직접 극본을 쓰고 제작까지 겸했다.

뉴욕과 시카고 등 6개 도시 32개 극장에서 시작해 3주만에 상영관이 미국 전역 319개로 늘어나기도 했다. 놀랍게도 감독은 남자인 찰스 허먼 윔펠드로 이 영화가 데뷔작. 원제는 그냥 'Kissing Jessica Stein'이다. 8일 개봉. 18세 관람가.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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