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7년 11월8일 영국 왕실의 시의(侍醫)였던 산부인과 의사 제임스 심프슨(1811∼1870)이 세계 최초의 무통분만을 시행했다. 심프슨은 그 전해 미국의 치과 의사 윌리엄 모턴이 통증없이 이를 뽑기 위해 개발한 에테르 마취를 분만에 응용했다. 그러나 에테르가 산모에게 주는 불쾌감이 너무 커 심프슨은 이를 대체할 다른 약품을 찾아 나섰고, 이내 클로로포름 흡입법을 개발했다. 마취 상태의 분만에 대해 의학계 안팎의 반대가 거셌지만, 1853년 빅토리아 여왕이 레오폴드 왕자를 분만할 때 심프슨이 클로로포름 마취를 성공적으로 시행하자 이 마취법이 공인됐다. 빅토리아 여왕의 무통분만 이후 클로로포름 흡입법은 '여왕마취'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심프슨은 스코틀랜드 바스게이트 출신으로 에딘버러 대학에서 공부한 뒤 모교에서 가르쳤다. 왕실의 시의로서 무통분만법을 개발하고 산과겸자(産科鉗子)를 고안하는 등 산부인과학에서 이룬 여러 공적과 영국 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쏟은 노력이 인정돼 1866년 '경(Sir)'의 칭호와 옥스퍼드 대학의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 죽기 한 해 전에 에딘버러시의 명예시민이 되었다.
완전한 무통분만은 마취 상태의 제왕절개를 가리키는 것이겠지만, 제왕절개는 처음부터 시행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무통분만에서 일반적으로 제외된다. 무통분만은 보통 산통을 다소 줄인 상태에서의 분만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산통완화나 화통분만(和痛分娩)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무통분만을 위한 마취는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19세기의 보수적 의학자들만이 아니라 21세기의 생태론자들도 자연분만을 옹호하고 있다. 무통분만에는 임부에게 출산 교육을 시켜 산통에 대한 공포를 없애주는 과정도 포함된다.
고 종 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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