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통령 선거전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후보들은 한결같이 정치개혁을 최대 과제로 꼽고 있지만 개혁 주도세력 형성과 실행 방식에 대한 계획이 없어 장밋빛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또 각 후보들이 통치권력 분산, 부정부패 청산, 고효율 저비용 정치 실현 등과 관련해 내놓은 공약을 비교하면 차별성이 거의 없는 '모범 답안'의 성격이 짙고 구체성도 결여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일보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의 대통령후보 공약검증위원회는 7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의 '정치개혁'(정치2) 분야 공약을 분석, 이같이 평가했다. ★관련기사 8·9면
정당 및 권력구조 개혁과 관련, 이 후보는 당권·대권 분리, 차기 총선 공천 불간섭, 청와대의 여당 통제 배제 등으로 1인 지배 정당을 탈피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으나 사실상 당을 장악하고 있는 이 후보가 이를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의문이라고 검증위는 밝혔다. 특히 선거공영제 확대, 정치자금의 투명화 등을 내걸면서도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회기 내 처리를 피한 것은 이 후보의 공약 실천의지를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증위는 다수당에 총리 지명권 부여, 국회에 감사원 감사요청권 부여 등 개혁안을 제시한 노 후보에 대해 공조직인 소속 정당이 분열하고 정당 밖 지지 조직에 크게 의존하는 상태에서 과연 개혁 주체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 지 회의적 견해를 밝혔다.
정 후보의 경우, 총리의 실질적 각료 제청권 보장, 대통령의 초당파적 국정운영 등을 강조하고 있으나 창당 때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지 못한 국민통합21이 명실상부한 공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대목으로 지적했다.
권 후보에 대해서는 국민 발안제, 참여 예산제, 공직인사 국민추천제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현실정치를 고려하지 않은 공약개발방식 자체가 문제라고 밝혔다.
검증위는 또 정―권 두 후보는 자질과 능력 위주의 인사를 강조한 반면 이―노 두 후보는 지역안배 필요성을 덧붙이고 있으나 지역 화합형 인사 방안이 공정성을 해칠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공약 분석을 대표 집필한 박찬욱(朴贊郁·서울대) 교수는 "네 후보의 정치개혁 공약을 그대로 믿는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우리는 선진 민주국가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미래 정치를 창조할 개혁의 구상을 너무 안이하게 펼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권 후보를 제외하면 세 후보간 정책적 차별성이 적고 후보간 공약 '베끼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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