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얘가 우리 아들 맞아요!" 한국일보와 경찰청, 한국복지재단이 미아 찾기 캠페인을 시작한 지 단 일주일 만이었다. 길게는 2년, 짧게는 50여일 동안 그토록 부모의 피를 말렸던 미아 3명이 기적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모두 캠페인이 시작된 1일 본지 9면과 당일 경찰이 살포한 전단에 사진이 실린 미아들이었다. 가족들은 기쁨 속에서도 한결같은 원망을 덧붙였다.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것을…. 그 동안 우리가 헤매고 다닌 세월은 뭡니까."6일 오후 서울시립 고양병원에서 아들 심태수(沈泰洙·12)군을 만난 연옥선(延玉仙·39·여·본보 1일자 31면)씨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엄마, 엄마" 만을 되뇌며 매달리는 아들을 끌어안고 울기만 할 뿐이었다.
"9월15일 태수가 집 앞에서 사라진 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어요. 밤마다 추위에 떨고 있는 건 아닌지, 개구리 소년처럼 영영 다시 돌아올 수는 없는 게 아닌지…."
정신지체를 갖고 태어난 태수는 집을 나섰을 때의 기억이 없다. 하지만 공포에 질린 눈으로 거리를 헤매이는 그를 본 시민의 신고로 다행히 바로 고양병원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 그를 돌보던 간호사 조수정(趙秀晶·26)씨가 마침 본보에 실린 태수의 사진을 본 것.
"이제 엄마랑 꼭 붙어 다녀야 해" 한참 만에야 입을 연 연씨는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
이날 오후 경기 의왕시 계요병원에서도 같은 장면이 벌어졌다. "우리 용진이, 살아 있었구나." "할머니, 정말 보고 싶었어요."
권소정(權小正·75)씨는 서럽게 울어대는 손자 김용진(金容秦·17)군의 야윈 볼을 마른 손으로 연신 쓰다듬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서울 시내를 헤집고 다니면서 무심한 행인들에게 "우리 손자 못 봤느냐"고 매달려 온 세월이 2년. 역시 정신지체인 용진이는 2000년 9월 노원구 하계동 집앞 놀이터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생활보호대상자인 할머니는 당분간 손자를 이곳에 두고 치료받도록 하는 방안을 택했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있어. 자주 올께." 돌아서는 할머니의 얼굴은 이내 또 슬픔으로 가득 찼다.
이에 앞서 5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장애아 수용시설 선아원에서는 자폐증을 앓는 김기선(14)군이 부산경찰청의 주선으로 어머니 정남교(41)씨의 품에 안겼다.
김군은 7월26일 어머니 정씨가 잠시 외출한 사이 현관의 특수키를 열고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 다행히 며칠 뒤 부산 시내에서 경찰에 발견돼 선아원으로 보호조치 됐다.
"그 동안 숨만 쉬었지 사는 게 아니었다"는 정씨는 "더 많은 이들이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온 사회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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