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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사람 찾아 해외로" 짐싸는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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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사람 찾아 해외로" 짐싸는 中企

입력
2002.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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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의 세탁기 부품 전문기업 한국마크의 백영길 사장은 공장부지 물색을 위해 올해만 중국을 10회 방문했다. 일감은 넘쳐나지만 생산직 근로자를 구할 수 없어 더 이상 국내에서 사업하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청을 주는 대기업이 최저임금 기준으로 부품 공급계약을 요구해 1회 납품에 근로자 1명당 월 100만원 가까운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업무 인수인계도 하지 않고 떠나버리는 직원에게도 월급을 챙겨주도록 법이 규정해 속수무책으로 '흙 파서 장사'를 해온 백 사장."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토요일 특근때는 평일 임금의 150%를 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회사 문 닫아야지요." 백 사장은 연말이나 내년 초 한국인 직원 60명 데려올 돈의 3분의 1이면 대졸자 200명을 고용할 수 있는 상하이(上海)에 새 공장을 연다.

인력난에 치인 중소 기업들의 엑서더스가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의 해외 이전은 저임금의 매력 또는 협력 대기업의 생산시설 이전, 해외시장 개척이 원인이었던 과거와 달리 일할 사람을 찾아 나선 '마지막 몸부림'의 성격이 짙다. 이들 기업들은 현지 공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거래선이 확보되면 국내의 공장과 사무실을 완전 폐쇄할 태세라 산업공동화의 우려마저 낳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대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의 단순노무직 인력부족률은 11%를 넘어섰고 연구·개발직 인력부족률조차 9∼10%에 달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4년후에는 서울지역 제조업체 10곳 중 8곳이 해외로 떠날 전망"이라며 "일본이 한창 겪고 있는 산업공동화 현상이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기업이 느끼는 체감 인력난은 정부의 통계치를 훨씬 상회한다. PDP TV의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시화공단의 실리온사는 지난달 종합일간지와 생활정보지에 각각 3회, 10일씩 구인광고를 냈지만 한 명의 지원자도 찾아오지 않았다. 최병연 사장은 "수도권 제조 벤처기업의 실태가 이 정도이면 지방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월공단의 가방부품 제조업체인 옥성공업은 4년전부터 직원을 제대로 못구해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다 요즘 베트남 호치민으로 회사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옥시경 사장은 "주문량에 맞게 공장을 돌리려면 최소 30명이 필요한 데 현재는 방글라데시인 6명만 일하고 있다"며 "중국과 동남아로 진출했던 중소기업이 실패한 사례가 많다지만 한국보다는 사업하기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의 가전부품 사출업체인 인산도 중국에 이어 내년 3월 태국 시라차에 공장을 완공한다. 사출조립업체들은 설비를 하루종일 돌려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조차 취업을 꺼리는 실정. 인산은 중국과 태국 공장이 안정화하면 국내 사업을 완전히 접을 계획이다. 이용철 사장은 "국내에 남아 있을 이유도, 의무감도 다 사라졌다"고 탄식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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