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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國淸寺를 찾아서/禪과 敎 병행 천태종의 1,400년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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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國淸寺를 찾아서/禪과 敎 병행 천태종의 1,400년 성지

입력
2002.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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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浙江省) 천태산(天台山). 상하이(上海)에서 차로 5시간 만에 도착한 이 산 입구에는 천태종(天台宗)의 본산인 국청사(國淸寺)가 자리잡고 있다.이곳은 한국 천태종의 성지로 6세기 때 천태종을 창시한 중국 수나라의 지자(智者·538∼597) 대사가 22년간 주석했던 곳이다. 사찰 초입 풍간교(豊干橋)를 사이에 두고 담벽에 '수대고찰(隨代古刹)'과 '교관총지(敎觀總持)'라고 적힌 커다란 글귀가 국청사의 성격을 웅변해준다.

천태종은 수많은 불교 종단 가운데 한·중·일 3국에 동일한 종명(宗名)으로 전해내려오는 유일한 종단이다. 지자대사가 창시한 이래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돼 선종(禪宗)과 함께 불교사의 한 축을 이루며 크게 번성했다.

한국에서는 고려 대각국사 의천(義天·1055∼1101)이 종단을 세웠으며 근세에 이르러 상월 원각(上月圓覺·1911∼1974) 대사에 의해 중흥기를 맞았다. 한국 천태종은 당 나라 때 잇따른 폐불 정책과 5대 시기의 병란으로 중국 천태종이 위기에 처하자 천태종 문헌을 역으로 보급하기도 하면서 교류를 이어왔다.

지자대사가 열반한 이듬해 세워진 국청사는 1,400년이 넘는 수대 최고의 고찰. 2만 여 평의 부지 위에 60여 동의 건물이 들어선 웅장한 가람의 모습을 갖췄다. '교관총지'는 경전공부와 참선을 모두 간직한다는 뜻으로, 불립문자(不立文字·문자에 의존하지 않는다)를 주장하는 선(禪)과 경전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敎)를 병행하는 천태종의 종지를 의미한다. 비록 율원은 없지만 국청사는 선방과 강원을 모두 갖춘 중국 4대 총림 중 하나이다. 현재 130여 명의 스님들이 상주하고 있고 100만 명의 신도가 드나들며 매달 한번씩 법회를 연다.

국청사의 가장 뒷편에는 지자대사와 대각국사 의천, 상월 원각 대사 조각상을 모신 중한천태조사기념당이 자리잡고 있다. 1995년 세워진 기념당은 지자대사 열반 1,400주년을 맞아 양국 천태종의 우의를 확인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국청사에서 다시 30여분 차로 산을 올라 지자대사의 유해를 모신 지자육신탑(智者肉身塔)이 있는 작은 법당을 찾았다. 육신탑 지하에는 지자대사의 등신불이 모셔져 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일반에는 개방하지 않고 있다. 지자대사가 생전에 '중국의 작은 석가(釋迦)'로 존경받았다는 자부심을 반영하듯 법당 입구 현판에는 '동토가문(東土家文·동쪽의 석가모니)'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현대 중국에서 불교는 침체기를 맞았다. 특히 문화대혁명 기간에는 많은 스님들이 환속했고, 절에 남은 스님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 참선하는 '이중' 생활을 했다. 절 안에서도 가사장삼 입는 것이 금지돼 평상복을 입었을 정도. 국청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웅보전 뒷편 '수매(隨梅)'라고 이름 붙여진 매화 나무는 문화대혁명 동안 매화꽃을 피우지 않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1972년 국무원의 지시로 종교활동이 재개되면서 중국 불교는 서서히 중흥해나가고 있다. 종교활동 재개가 가장 먼저 허용된 국청사도 현재 서슬퍼렇던 문화대혁명기의 아픔을 딛고 중창 불사를 벌이고 있었다. 현재 가밍(可明·75) 스님이 방장을 맡아 지자대사부터 내려오는 법맥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 옛말에 '득소위락(得小爲樂) 지족장락(知足長樂)'이란 말이 있어요. 작은 것에 만족해야 기쁨이 오래도록 간다는 뜻인데, 무엇보다 청빈한 삶과 평상심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근본입니다."

'물질문명 시대에 현대인에게 참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묻자 가밍 스님이 짧은 법문을 해줬다. 한국을 세 차례 방문했다는 가밍 스님은 "한국 천태종이 중흥하고 있는 현장을 보고 놀랐으며 특히 생활 불교면에서는 중국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천태종이 한중일 동양 3국간 황금유대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천태산(중국)=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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