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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열전/대우 여의도 "트럼프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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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열전/대우 여의도 "트럼프 월드"

입력
2002.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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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로 재계에 구조조정과 감원 태풍이 거세게 불고, 공공부문도 군살빼기에 여념이 없던 1998년. 서울 여의도 진주 아파트 옆에 본사를 두고 있던 석탄공사도 공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1,600평 부지를 부동산개발사업자에게 넘겼다. 당시 건설업체들도 곤경에 빠져 있던 터라 개발업자가 고층주거 건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달려든 곳은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두 회사뿐이었다. 대우는 탑 모양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내세웠고, 현대는 아파트형태의 철골구조로 도전장을 냈다. 개발업자는 주거용 건물에 흔들리는 약점이 있는 현대보다는 대우의 손을 들어줬다. 대우의 승리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고급주거 '트럼프' 아파트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초고층 주거의 선구

환란 당시만 해도 초고층 주상복합 주거는 대림건설이 지은 주거용과 상업용 면적비율이 7대3인 아크로빌 정도에 불과했다.

40층 이상 초고층 주거는 엘리베이터 사용의 불편함, 녹지공간 부족 등의 부정적 이미지로 일반에 알려져 있어 지하층 일부의 상가를 제외한 전체 가구를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주거용으로 하는 건물에 도전하는 것은 사실 모험이나 마찬가지였다.

시공 수주를 받아놓고도 회사 내부에서 사업성패를 두고 찬반논란이 비등한 때에 주택사업 1, 2팀을 맡고 있던 김건희 이사(현 주택사업 담당 상무)가 아이디어를 냈다. '여의도 금융가를 배후로 하는 주거단지라면 최고급 이미지를 담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세계적인 부동산개발회사인 트럼프를 도입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

당시 대우건설은 트럼프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다. 트럼프사가 미국 뉴욕 UN본부 인근에 주거시설로 발주한 1억8,000만달러 규모의 '트럼프 월드타워'에 대한 시공권을 대우건설이 따 내 트럼프사의 시공감독 아래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

주택사업팀은 지하5층∼지상41층 규모에다 트윈타워 형태로 된 건물 조감도를 들고 설계사와 함께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브랜드 사용권을 따냈다.

트럼프사를 끌이들인 것은 이후 분양마케팅에도 주효했는데 주택사업팀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99년 5월 모델하우스 오픈에 맞춰 트럼프 회장의 방한도 성사시켰다.

트럼프 회장이 여의도 모델하우스에 나타나 투자자를 상대로 "트럼프의 자문에 따라 시공하고 관리되는 아파트"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분양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분리마케팅으로 대박분양

98년 10월에 개발사업자로부터 시공수주를 받은 대우건설은 바로 '특수주택사업팀'을 꾸리고 시장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트럼프사와 자문계약 체결은 이 팀이 도맡아 진행했다. 팀장에 지명된 김승배 부장(현 주택사업2팀장)은 "여의도 수요자들은 강남처럼 허세를 부리지 않고 실용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시장조사를 통해 관리비와 분양가를 적정하게 산정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주거전용 초고층 주거로는 사실상 국내 첫선을 보이는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를 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평당 650만∼950만원이 적정하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전망이 좋은 초고층 아파트의 층별 프리미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다시 대두됐다.

김 부장은 "당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층간 100만원 씩이면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팀내 의견에 따라 그렇게 정했는데 다른 건설사들도 그대로 준용하는 바람에 초고층 층별 프리미엄 100만원이라는 공식이 정착됐다"고 말했다.

사업팀은 당시로서는 최고급 수준의 분양가를 산정해 놓고 분양실패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분양계획을 3단계로 나누었다. 해외교민들을 상대로 우선분양에 나섰고 시장조사 과정에서 잡은 고객들에게도 선택적으로 분양에 나섰다. 마지막 일반분양에서는 청약접수를 3대1로 제한하는 배수제한청약을 실시하는 바람에 분양열기가 더욱 뜨거워 졌다.

최근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기에 따라 트럼프월드도 최초 분양가가 2억5,000만원인 38평형이 입주시작 시점인 요즘 5억5,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트럼프라는 세계적 명성과 분리마케팅으로 일궈낸 '트럼프 월드'의 대박분양 이후 주상복합 아파트는 국내 주거문화의 화두가 됐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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