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6大 개막 제4세대 중국/(하) 중국 공산당의 변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6大 개막 제4세대 중국/(하) 중국 공산당의 변혁

입력
2002.11.08 00:00
0 0

8일 시작하는 공산당 16차 전국대표대회(16大)를 기점으로 중국 공산당은 '혁명당'에서 '집권당'으로 탈바꿈한다. 노동자·농민의 계급정당에서 자본가마저도 대표하는 정당으로 성격을 바꾸고, 자본가를 당원으로 받아들이는 장쩌민(江澤民) 당 총서기의 '3개대표론'(三個代表論)을 당헌에 삽입할 예정이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 노동자 계급의 선봉대이고…' 로 시작되는 당헌에 자본가는 착취계급이 아닌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자로 자리잡게 된다.

이는 당이 계급투쟁을 완전히 접고 대중정당으로 변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물 교체가 아닌 당 체질 변화가 16대를 중국 공산당사에 남게 할 것이라는 외신의 분석은 이런 배경에서다.

이런 시도는 공산당으로서는 운명을 건 도박이다. 자본가를 포용하려다 자칫 최후의 보루인 노동자·농민의 지지를 잃을 수 있고, 자본가 영입 후 정경유착과 부패가 경제를 파탄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멈출 줄 모르고 분출되는 자산가와 중산층의 정치다원화 욕구, 세계화하는 경제체제에 대처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인식이다.

▶변화의 배경-3개대표론

3개대표론은 2000년 2월 江 총서기가 남부 지역을 방문, "공산당은 선진사회 생산력의 발전 요구와 선진문화의 발전 요구 및 가장 광대한 인민의 근본이익을 대표하는 정당"이라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선진생산력, 선진문화, 광대한 인민이익 등으로 요약되는 이 이론은 좌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년 7월 1일 江의 연설을 통해 체계화했고 이 해 9월 공산당 지도이념으로 자리잡았다. 핵심은 생산력과 문화만이 당의 선진성을 검증하는 척도이고, 공산당을 기업인, 자유직업인, 서비스업 종사자 등도 포괄하는 정당으로 규정한 대목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경제 영역에서 자본가를 해방시켰다면 江은 정치 영역에서도 자본가를 해방시킨 것이다.

필연적으로 당을 자본가에게도 개방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이 이론은 20여 년간 개혁개방으로 초래된 중국 사회 변화의 정당성을 승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16대에서 江의 이름이 당헌에 실려 江이 마오쩌둥(毛澤東) 및 鄧과 같은 '영원불변의 지도자'로 남을지는 유동적이나 3개대표론의 핵심이 채택될 것은 분명하다.

▶파우스트의 거래

이번 조치는 공산당과 자본가 계급이 서로 영혼을 저당잡고 동업자가 되는 '파우스트의 거래'이기도 하다.

군수산업, 미디어, 정보통신 등 전 산업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의 위상으로 볼 때 당원 가입은 자본가들로서는 엄청난 기회이다.

공산당의 입장에서는 현재 국민총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사기업으로부터 세금원을 의존해야 할 형편이고, 수백만 국영기업 노동자를 사기업이 흡수해 주어야 사회 불안 없이 독점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자유주의 성향의 자영업자, 전문직업인, 화이트 칼러 등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도 당과 자본가의 동맹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모든 기업인으로부터 환영받지는 못하고 있다. 일단의 자본가 그룹은 당원 가입을 절호의 사업확장 기회로 삼을 태세이지만 상당수는 당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자 한다.

충칭(重慶)에서 오토바이 공장을 하는 한 기업가는 "정치와는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게 최선"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앞으로 정경유착과 뇌물관행이 공정한 경쟁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다원주의 정치 태동할까

공산당은 다당제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3개대표론을 도입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저지선을 쳤다. 하지만 관측통들은 대만 국민당의 장징궈(蔣經國) 총통이 국민당의 대만화를 지향하면서 당의 체질변화를 도모한 직후 다당제 정치가 시작된 상황과 이번 조치를 비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의 요소가 도입될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도 나온다.

자본가 계급과 중산층(6,500만 명 추산)이 향후 세력을 확장한 뒤 당과 국가기구의 요직에 오를 경우 '민주파'의 등장과 정치다원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두복(朴斗福)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공산당 권력독점과 정치다원화 요소가 기형적으로 공존하는 과도기적 현상이 장기간 중국 정치를 지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자본가 누가 중용되나

자본가(중국 공식 용어는 '기업가') 입당 문제는 이번 16대에서 지도부 세대교체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갖는다. 홍콩과 대만 언론은 7일 전날 끝난 15대 7중전회의에서 자본가를 입당시키기로 결정이 났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자본가는 크게 당원 자본가와 비당원 자본가로 나뉜다. 당원 자본가는 당원 신분을 갖고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을 말하며 모두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6대에서는 비당원 자본가의 입당이 공식화하는 동시에 당원 자본가의 당내 고위층 진입이 결정된다.

대만 공상시보는 이날 중국 지도부가 자본가 입당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우선 당원 자본가를 당중앙위원, 또는 후보위원에 선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6대 당대표 2,120명 중 당원 자본가는 부호 30명으로 이들 중 사영기업인 7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유기업 경영인으로 알려졌다.

당원 자본가 중 중앙위원(193명)이나 후보위원(151명)에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3명으로 압축된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海爾) 그룹의 장루이민(張瑞敏), 중국 최대 IT업체 롄샹(聯想) 그룹의 류촨즈(柳傳志), 부동산·국제무역 기업 둥팡(東方) 그룹의 장홍웨이(張宏偉) 총재 등이다.

이들이 당총서기 등 최고 지도부 선출 권한이 있는 중앙위원에 선출될 경우 자본가의 정치적 지위는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중국 금융을 쥐고 있는 국유은행의 사영기업 대출도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비당원 자본가의 입당은 16대 폐막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지만 입당이 간단하지는 않다. 공산당은 이미 입당 조건으로 당 노선을 잘 준수해 온 자와 당에 도움이 되는 자 중에서 선별해 입당시킬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 당지도부 선거·회의절차

16대 본회의에는 6,600여만 명에 달하는 전국의 공산당원 중에서 선출된 당대표 2,120명이 참석한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16대 당대표 선거단위는 5년 전 15대보다 2개 늘어난 38개로 구분됐다. 기존의 31개 성·자치구·직할시 및 당중앙 직속기관, 국무원 직속기관, 중국군, 경찰 부문 외에 국유기업, 금융계 대표단이 신설됐다.

공산당의 선거방식은 2가지로 구분된다. 기층의 지역별·직능별 당대표 선출에서는 복수 후보(보통 정수보다 1명 많음)가 출전하는 차액(差額) 선거제를 택한다.

반면 당대표들이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을 선출할 때는 후보와 선출될 사람 수가 동일한 등액(等額) 선거제를 적용한다.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은 각각 193명, 151명이며 16대 최종일(14일) 선거결과가 발표된다. 이들의 입후보 자격은 입당 5년 이상이며, 임기는 5년이다.

16대 본회의 폐막 다음 날 개최되는 16대 1중전회에서는 선출된 중앙위원을 대상으로 다시 정치국 위원(15대의 경우 21명)과 후보위원(2명)을 뽑는다. 이 때 표결권은 중앙위 위원만 있고 후보위원은 없다.

21명 정치국 위원은 또 다시 내부에서 정치국 상무위원(15대 7인)을 뽑고, 다시 상무위원 중에서 당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 중앙서기처 서기를 선출한다. 이번 16대에서는 정치국 상무위원이 9명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공산당의 이 같은 선거방식은 하의상달식의 이른바 '민주집중제'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핵심 지도부의 밀실 타협에서 결과가 사전에 결정된다.

16대에서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상무위원장,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국무원 각 부처 정·부부장 등의 인선이 이뤄진다. 하지만 공포와 인준은 내년 3월 개최되는 10기 전인대 회의에서 이뤄진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