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영역을 쉽게 출제한다고 하더니, 완전히 사기당한 기분입니다." "어떻게 교육당국이 3년 연속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수 있나요." "우리 반 친구 대부분 모의고사 때보다 평균 30∼50점 정도 떨어졌어요."7일 오전 일선 고교 3학년 교실은 지난해 이맘 때처럼 초상집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등교한 학생들은 한결같이 어두운 표정이었고 간간이 울음소리도 흘러나왔다.
■고3교실 불안감 엄습
서울 잠실여고 3학년 담임 김인봉(金仁奉) 교사는 "우리 반 학생 6∼7명이 어제 언어영역을 치른 뒤 시험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휘문고 3학년 김모(18)군은 "입시기관에서 점수가 올라갈 것이라고 해서 설마 했는데, 우리 반 학생 모두 모의고사 성적보다 많이 떨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숙명여고 3학년 이모(18)양은 "가채점을 하는 동안 울먹이는 애들이 한둘이 아니었고, 차라리 재수를 하겠다는 친구들도 절반 이상"이라고 전했다. 서울 P여고의 한 교사는 "8일부터 기말고사인데 한 학급에 4∼5명씩 등교하지 않은 데다 가채점 결과에 실망한 일부 학생들이 소리없이 하교하는 바람에 담임 교사들이 일일이 전화를 걸어 시험범위를 알려줬다"고 귀띔했다.
한편 서울시내 고교가 이날 가채점한 결과,한양대부속여고는 9월 모의고사보다 15점 정도 떨어졌고 중앙고도 지난해보다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청담고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구정고는 9월 모의평가 때보다 5∼10점 정도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학지도 대혼란 예고
일선 고교 진학담당 교사들은 재수생의 강세 전망까지 나오자 수험생 못지 않게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서울 K고 3학년 담임교사는 "우리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혼란은 오죽하겠느냐"면서 "재수생의 강세까지 점쳐져 고3학생의 진학 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경기 평촌 백영고 3학년부장 조석제(趙碩濟)교사는 "서울·경기·인천 등지의 유명 고교에 연고가 있는 교사를 통해 일일이 정보를 수집, 입시자료로 활용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사설입시기관의 한 관계자는 "가채점 결과 지난해 어려웠던 수능에 적응이 된 재수생의 강세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언어영역만 잘 봤다면 (재수생 중에) 만점자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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