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시대의 미국 암흑가를 쥐고 흔든 전설적인 갱스터 알 카포네(Al Capone:1899-1947).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기에 온갖 범죄를 저지르면서 시카고를 무법천지로 만들어도 속수무책이었다. 막대한 '검은 돈'을 정치인과 경찰에 뿌린 탓에 그는 '암흑가의 제왕'으로서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했다. 그러던 차에 나타난 것이 바로 '언터처블'(Untouchable). FBI에서 알 카포네를 잡기 위해 4명의 수사관으로 구성된 특수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들은 곧 강직한 경찰관들을 모아 '갱단과의 전쟁'을 시작했고 처절한 싸움 끝에 결국 알 카포네를 교도소로 보냈다. 이에 갱들은 그들을 '언터처블'이라 불렀다. 이는 말 그대로 '누구도 손댈 수 없다'는 뜻으로서, '뇌물이나 협박이 통하지 않는 사람', 즉 알 카포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수사관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도 이 말은 살아 남아 FBI 수사관을 상징하는 별명이 되었고 FBI는 조직범죄와 싸우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 1990년 5월 우리나라에도 '언터처블'이 탄생했다. 조직 폭력배들이 극성을 부리자 대표적인 수사검사인 심재륜씨를 팀장으로 하는 서울지검 강력부가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한 강력검사는 최대의 폭력조직인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를 잡기 위해 몸소 유흥업소를 잠행하다 김씨와 맞닥뜨렸다. 부하들을 죽 거느린 김씨로부터 반갑지 않은 술잔을 건네받으며 "검사님 월급이 얼마나 됩니까?"라며 노골적인 '제안'을 받기도 했다. 몇 달 후 김씨는 서울지검 강력부에 불려와 교도소로 보내졌다.
■ 그 후에도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씨, 전주 월드컵파 두목 주오택씨, 슬롯머신 업계의 대부 정덕진씨 등 거물급이 걸려들면서 서울지검 강력부는 조직폭력배 사이에서 '공포의 존재'로 떠올랐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현 정부 들어서면서 '조폭과의 전쟁'이 뜸해졌다. 그러던 때에 모처럼 조폭 수사에 나섰다가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이 터져 서울지검 강력부가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이 일로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잘못한 일은 반성해야 하지만 우리의 '언터처블'은 언제까지나 살아 있어야 한다.
/신재민 논설위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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