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10개 회원국은 4일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한 기본협정에 서명했다. 18억 인구가 합쳐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공동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양측은 2004년 6월까지 관세협정을 체결키로 하는 등 기본 일정까지 합의한 상태다.비록 교역규모는 미주나 유럽공동체보다 크지 않지만, 중국경제의 잠재력으로 볼 때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무역공동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벌써부터 국내 총생산이 2조달러, 총 교역액이 1조2,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세계 각 지역이 경제 블록화 하는 추세가 동남아시아에서까지 급진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의 기본협정 체결 소식에 주목하는 것은 자칫 방심하다가 우리나라만 국제무역의 외톨이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과 아세안의 FTA 기본 협정은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3국(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 회의에는 한·중·일 3국 총리도 참석했는데, 중국만이 협정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이 역력하다.
일본도 아세안과의 FTA체결을 위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긴 했지만, 중국의 한 발 빠른 행보에 허를 찔린 셈이다. 우리나라가 지난달 남미의 칠레와 FTA를 체결했다고는 해도 아직 이 분야에서는 걸음마 단계다. 교역규모가 큰 국가들끼리 경제 블록을 형성하는 것은 이제 대세로 굳어졌다. 특히 대외 의존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주변국과의 FTA체결에 깊은 관심과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구상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무역질서를 구축하는 작업에 준비 부족이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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