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좌완투수 전병호(29)는 '왕눈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유난히 눈이 커 붙여진 닉네임이다. 하지만 그는 동료들이 '왕눈이'라고 부르면 썩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겁이 많고 담력이 약하다는 야유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대구상고시절 초고교급 좌완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전병호는 영남대에 진학해서도 국가대표로 발탁되는등 엘리트코스를 걸었다. 연고권을 갖고 있던 삼성도 아마시절부터 권영호 당시 삼성투수코치로 하여금 전병호를 지도하게 했을 정도였다. 96년 1차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전병호는 삼성의 큰 기대를 모았다. 큰 경기때마다 믿을 만한 좌완투수가 없어 애를 태우던 삼성에 전병호는 보배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프로에 입문한 후 전병호는 기대와 달리 평범한 투수로 전락하고 만다. 데뷔 첫해 4승을 올리고 이듬해 10승을 올린 게 최고 성적이었다.
5일 김응용감독이 전병호를 3차전 선발투수로 예고하자 야구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배영수라는 뛰어난 우완투수를 놔두고 별볼일 없는 전병호를 승부의 분수령이 될 3차전 선발로 깜짝 기용키로 했기 때문이었다. 올시즌 성적도 43경기에 등판 3승2세이브에 그친 탓에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전병호는 6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프로데뷔후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비록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5회 선두타자 이종열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강판하기 전까지 3피안타 볼넷1개 무실점으로 LG타선을 틀어막는 빼어난 투구를 선보였다. 내심 2,3이닝만 버텨주기 바랐던 김응용감독도 전병호의 호투를 이날 승인으로 꼽았을 정도이다.
/최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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