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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파산법, 퇴출지연 구실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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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파산법, 퇴출지연 구실 될라

입력
2002.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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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통합 도산법안 시안이 발표됐다. 회사정리법 파산법 화의법 등 기존 도산 3법을 모아 개인과 기업 모두에 적용되는 이 법은 빚이 많아 파산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봉급생활자 및 자영업자의 재기와 부실기업의 회생 및 파산 절차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개인과 기업의 파산이 초래할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자는 의도다.이 법의 이 같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시안을 보면 몇 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개인 회생제의 경우,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재산을 빼돌린 후 고의적으로 회생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빚은 모두 갚아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따라 열심히 빚 청산에 노력한 선량한 채무자들과의 형평성 등이 문제가 된다. 면책 불허가 사유에서 '낭비' 조항을 삭제한 것도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부실의 가장 큰 책임은 기업주에게 있다. 그럼에도 회사 정리 절차를 밟는 기업의 관리인은 원칙적으로 기존 경영자가 맡기로 했다. 경영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서라지만 과도한 면책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따라서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한 부실책임 등의 조건을 폭 넓게 지정할 필요가 있다.

짧은 기간에 650개항이 넘는 방대한 법안을 마련하다 보니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시기 또한 너무 일러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정부는 경청해야 한다. 국민 경제생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이 법이 의도와는 달리 채무자와 채권자의 또 다른 파탄과 부실기업의 퇴출 지연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어제 열린 공청회의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수정할 것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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