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인기몰이와 돈, 민주당의 정책 부재가 2002년 미 중간선거의 승패를 갈랐다. 미국의 언론들은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는 압승을 거둔 가장 큰 배경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코트테일(coattail) 효과'를 꼽았다.즉 부시가 전시 대통령으로서의 인기를 최대한 활용, 민주당 후보들과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치고 있는 공화당 후보를 집중 지원함으로써 승리를 낚아채는 동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부시의 막판 바람몰이가 상원 선거에서 1석 차의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공화당이 최소 51석을 거머쥐는 이변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선거사에서 대통령의 개인적 인기가 의회 선거의 득표로 연결된 것은 거의 전례를 찾기 어렵다. 부시 대통령은 67%를 넘나드는 인기를 바탕으로 "동맹군(ally)을 의회로 보내 달라"고 호소했고, 그의 호소는 약한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됐다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욕 타임스는 6일 "부시의 모험이 보상을 받았다"고 전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가 개인적 인기에 도박을 걸어 대승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부시는 실제로 선거전 5일 동안 15개주 17개 도시를 도는 등 바람몰이에 진력을 쏟았다. 또 선거전이 시작된 이후 전국 67곳에서 1억 4,000만 달러의 자금을 모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민주당의 참패는 공화당의 안보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정책이 부재했던 데다 후보의 세대교체에 실패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백악관 주도로 제시 헬름스 전 상원 외교위원장 등 원로들을 대거 퇴진시키고 신진 세대를 기용하는 등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뉴 햄프셔주의 경우 존 수누누 하원의원을 예비선거에 출전시켜 은퇴를 거부하는 로버트 스미스 현역의원을 누르게 하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또 여성, 라틴계, 흑인층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세력에 대한 저인망식 파고들기를 시도하는 등 당의 체질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역 위주의 안전한 선거 전략을 고수함으로써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다. 당지도부가 오래 전 은퇴한 먼데일 후보를 웰스턴 의원의 대타로 고르는 등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벌써부터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톰 대슐 상원 지도자와 리처드 게파트 하원 지도자 등 지도부에 대한 인책론이 부상하는 등 당분간 내홍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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