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6월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단을 내쫓고는 영변의 흑연 감속로에서 나온 사용 후 핵 연료를 플루토늄으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분명히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미국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요구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 사이에는 남한과 미국의 연합군이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퍼져 있었다. 그러나 주한 미군 사령관은 한국전쟁 때보다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정책은 북한과의 어떤 직접적인 대화도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김일성 북한 주석의 초청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나는 평양을 방문해 북한이 영변 핵 프로그램을 멈추고 IAEA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해 사용 후 핵 연료가 재처리되지 않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후 북한에 대한 어떠한 핵 위협도 없을 것이며 또 영변 핵 프로그램 폐기에 따른 전력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석유 연료를 공급하는 한편 사찰단이 연료 공급을 감시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2기의 경수로를 건설해줄 것을 보장했다.
이후 영변의 사용 후 핵 연료는 지속적인 감시를 받았지만 2기의 대체 원자로는 아직 건설되지 않았고 북한이 생각하기에 미국은 북한에 대해 계속 호전적인 태도를 취했다.
상황이 더 심각하게 치달아, 북한은 농축 우라늄 원료를 갖고 있으며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사실이라면, 이것은 기존 제네바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며 지역 평화에 대한 커다란 위협이다.
북한이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실제로 핵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지 혹은 아직 핵 폭탄을 생산하지 못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남한과 일본은 대화의 지속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은 아직 분명치 않다. 미국은 실질적으로 1994년 당시와 매우 유사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 군사적 대치로 나가느냐 아니면 북·미 사이의 긴장 해소를 토대로 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북한의 노력을 수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은 내게 남한의 김영삼 대통령과 외교적으로 충분한 대화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상회담을 위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직후 이 북한 지도자는 죽고 말았다.
그의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한 김대중 대통령은 후일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최근 몇 달 간 북한과 남한·일본 사이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빌 클린턴 행정부의 유사한 노력은 그의 임기 종료와 함께 끝나버리고 말았다.
한반도에서 필요한 것은 반세기 이상 지속돼 온 '휴전'을 종식시키고 포괄적이고 항구적인 평화협정을 완성하는 것이다. 강력한 외교의 성공은 아직도 하나의 가능성이다. 거기에는 미국의 건설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제네바)합의는 아직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방해받지 않는 국제 사찰과 관계된 상호 행동을 통해 확인해야 할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다.
우선 북한은 어떤 핵 무기 프로그램이라도 버려야 하며 남북한은 신의에 토대한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제네바 핵 합의의 기본전제를 존중해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 일본, 남한, 미국, 중국이 협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한 접경지역의 탈군사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국제적인 긴장을 줄여야 한다. 물론 전쟁이라는 선택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것은 파괴적이며 아마도 불필요할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NYT 신디케이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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