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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WWW.세상읽기](185)타워 팰리스를 보는 유감

입력
2002.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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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삼성이 지은 아파트 타워 팰리스가 화제가 되고 있다. 몇 가지에서 '최고'를 기록 중이기 때문일 것이다.타워 팰리스는 알려져 있듯 높이에서 아파트 중 최고이다. 낮은 동이 42층, 높은 동은 69층이다. 규모도 거의 최고이다. 현재는 1차만 완공되어, 1,499세대가 입주 중이지만 2004년에는 총3,370세대가 입주하는 대규모 단지가 된다.

물론, 가격에서도 최고이다. 분양가도 높았지만 시설과 자재가 최고라는 삼성의 선언에 입 소문이 더해져 최근 시세는 인근 아파트의 그것보다 높다. 최고사항은 몇 더 꼽을 수 있을 듯하다. 홈 네트워킹 시스템, 방범·방재 시스템 등이다.

국내 아파트로서는 드물게 사이트를 만든 타워 팰리스(www.towerpalace.co.kr) 초기화면을 보면 사진과 문구가 현란하다. 사진은 사람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아파트라기보다는 호텔에 가까운 모습의 것이다. 문구는 "우리 시대 최고의주거공간-Tower Palace"라 되어 있다.

11월14일자 주간한국에 따르면 실제로 한 부동산 전문업체는 타워 팰리스를 국내 최상의 주거공간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거환경, 안전성, 교통편리성, 교육환경과 투자가치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 타워 팰리스 뒤를 흐르는 양재천변을 매일 걸으며 건물이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친구 방문 차 그곳에 가기도 했던 나는 새 생활에 당황해 하는 그 친구처럼 일단 주거지로서의 타워 팰리스에 당혹감을 느낀다. 그곳이 최상의 주거공간이라는 언론보도에는 입을 다물게 된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첫째, 타워 팰리스는 아파트가 아니라 호텔 같다. 아파트는 아파트답고 호텔은 호텔다워야 할 터. 그러나 타워 팰리스는 건물진입도 어렵다. 입구는 길에서 떨어져 있고 들어서면 제복 입은 도우미가 인사하며 출입을 확인한다. 물론, 미국에서야 호텔 같은 아파트 트럼프 타워가 이미 1983년에 세워졌고 유엔건물 근처 트럼프 월드 타워(www.trumpworldtower.com/)는 여전히 최고급 주거지이다. 그런데 타워 팰리스는 트럼프 타워보다 더 크다. 둘째는, 숱한 감시카메라, 보안요원의 존재로 강화된 외부와의 폐쇄성이 너무 비환경적, 비인간적이다.

근처에 벌써 교통체증을 몰고 온 타워 팰리스를 최상의 주거지로 꼽는 일은 아파트 이름을 '궁전'이라는 팰리스로 만들고 도처에 삼성 간판 일색인 단지 안 풍경처럼 우스꽝스럽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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